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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다크 플레이스》 :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니콜라스 홀트

《다크 플레이스》 :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니콜라스 홀트



길리언 플린의 <다크 플레이스> 원작을 읽은 후, 이를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가 궁금해졌다.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같은 알 만한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했고, 원작이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영화 자체로도 평점이 나쁘지 않았다. <다크 플레이스> 이외에도 길리언 플린의 소설 <나를 찾아줘> 역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었는데, 그때 영화, 원작 모두 감명 깊게 본 터라 이 작품도 어떻게 각색되었을지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크 플레이스>는 원작을 다분히 따르는 형태로(오히려 다른 점을 찾는 게 쉬울 정도로) 진행되었다. 소설의 서술 순서와는 조금 다른 경우도 있었지만, 원작을 해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주인공 리비 데이는 어렸을 적 끔찍한 일을 겪는다. 바로 엄마와 언니 둘을 한꺼번에 살인사건으로 잃고 만 것. 유일한 목격자인 그녀 역시 목숨의 위협을 받았으나 간신히 살아났고, 그녀는 증언을 통해 오빠 벤 데이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렇게 28년의 시간이 흐르고(원작은 25년), 그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자금 사정도 어려워지는데, 그때 아마추어 탐정 클럽인 킬 클럽으로 라일이 그녀를 초대한다. 그곳에서 그날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비난받게 되고, 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그녀는 사건을 다시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샤를리즈 테론이 여주인공인 리비 데이를 맡았고, 클로이 모레츠가 벤 데이의 여자친구인 디온드라, 니콜라스 홀트가 아마추어 탐정 라일의 역할을 맡았다. 라일은 소설에서 존재감이 딱히 없는 캐릭터여서 그런지 영화에서도 별다른 임팩트가 없었다. 괜한 사건에 대한 집착으로 삥뜯기는 역할이나 다름 없달까. 그와 달리 리비 데이나 디온드라의 경우 <나를 찾아줘> 에이미의 버금가는 시니컬하고, 사악한 느낌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봤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급급해서였을까. 소설의 그 특유의 신랄하거나 악의적인 행동들이 많이 없어져버려 캐릭터가 아주 많이 죽어버린 느낌이었다. 클로이 모레츠의 디온드라는 어떨까 하고 특히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원작을 본 내게는 너무 얌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분위기나 진행방식은 꽤 마음에 들었다. 그 음울하고, 진지한 느낌. 원작이 워낙 방대하고, 스토리도 시점에 따라서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짧은 영화에 담으려나 싶었는데 나름 훌륭하게 쳐낼 것 쳐내 완성해냈다. 그렇지만 소설에서 되게 극적으로 드러났던 부분들이 조금은 약화된 부분이 있어서 좀 아쉬웠다. 예를 들면, 데이 가족의 '빨간 머리'. 벤 데이가 가족을 부정하기 위해 검은 머리로 염색하는데, 이때의 감정선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는 염색이 뭐 어때서 라는 저러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볍게 지나갔다. 또, 사건 이후 생긴 리비 데이의 도벽 같은 것들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고, 가난으로 고통받은 벤 데이의 일상 이야기나 디온드라, 트레이, 러너 데이, 크리시 같은 주변부의 인물들도 시간관계상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원작을 아니까 이런 아쉬움이 나오지, 읽지 않으면 나쁘지 않은 스릴러 영화는 될 것 같다. 궁금해서 영화까지 보고 이렇게 리뷰를 쓰는데, 결론은 남들과 같은 '원작이 더 낫네'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