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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키사라기 미키짱》 : 오구리 슌, 카가와 테루유키, 코이데 케이스케

《키사라기 미키짱》 : 오구리 슌, 카가와 테루유키, 코이데 케이스케



최근 일드 <99.9 형사 전문 변호사>를 보고,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에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많이 보지도 않았던 일본 영화, 드라마에서 꼭 감초처럼 계속해서 눈에 띄었던 배우. 잘생기지도, 키가 크지도, 연기도 가끔은 과장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 호감보다는 불호의 영역에 있던 그였는데, 악(惡)에 가까운 연기만 보다가 코믹스러운 모습을 보고 묘하게 이 사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역 전문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일본에선 코믹연기로도 유명하고, 그 대표로 <키사라기 미키짱>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2010년에 개봉했던 블랙코미디 영화로(일본은 2007), 오구리 슌까지 나온다 하니 한번 보자 싶었다. 어쨌거나 시작은 카가와 테루유키에 의해서. 



<키사라기 미키짱>은 2010년에 개봉하고, 2012년에 재개봉했을 정도로 마니아층에서는 꽤 유명한 작품인 듯하다. 뭔가 이상한 영화 같아서 제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들어봤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 제목. 

내용은 아이돌이었던 키사라기 미키짱이 자살로 세상을 떠나고, 1년 후 그녀의 팬카페에서 활동하던 5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들 중 한 명인 닉네임 오다 유지는 그녀는 절대 자살할 사람이 아니며, 그녀를 죽인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하고, 하나둘 미키짱과 얽힌 인연이 드러나게 된다. 결국 그들은 미키짱이 죽던 날,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추리해나가고, 죽음의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혹은 그들의 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꽤나 납득이 가는).  



영화는 시작부터 우중충했다. 사랑하는 아이돌 미키짱을 잃은 다섯 남자가 추모를 위해 모인 만큼 정장차림에, 다분히 오타쿠스러운 멘트와 행동, 그리고 닉네임까지. 닉네임은 이에모토, 스네이크, 오다 유지, 야스오, 이치고무스메(딸기소녀). 딸기소녀가 바로 카가와 테루유키. 이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벗어나지 않으며, 한 사람이 범인인가 싶으면 또 다른 반전이 나타나는 형식으로 108분을 이끌어간다. 영화가 먼저인지, 연극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보다는 오히려 연극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오래된 영화고, 스포도 상관 없을 것 같으니 얘기하자면, 청순한 미키짱의 죽음은 그녀의 허당기에 의한 사고사. 이때 그녀와의 관계가 하나씩 밝혀지는데, 각각 매니저, 단골점원, 아버지, 첫사랑, 순수한 팬. 그중 순수한 팬이었던 오구리 슌은 초반에 기세등등하게 미키짱의 컬렉션을 자랑하는데, 나중에 자기만 실제 아무런 접점이 없는 걸 알고 가슴 아파한다. 팬심을 잘 표현한 것 같은 디테일에 감탄. 그치만 그녀가 죽는 순간에 꺼내든 것은 순수한 팬에게서 온 200통의 편지들. 지극히 일본스러운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선 이런 느낌을 살리기 꽤 어렵겠다 싶은 영화 중 하나다. 제목부터, 스토리까지 덕후美 낭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