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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나이트 크롤러》 : 제이크 질렌할, 르네 루소

《나이트 크롤러》 : 제이크 질렌할, 르네 루소



<악녀> 이후로 이렇다 할 영화를 찾아볼 수 없던 극장가(겨우 최근에 <스파이더맨:홈커밍>이 나와버렸지만). 지나간 영화라도 볼까 싶어서 '스릴러', '추천'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방황하고 다녔다. 이미 운 좋게 본 영화들을 걸러내고, 남은 것이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나이트 크롤러>다. 


범죄자의 느낌을 뿜뿜 풍기면서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루이스(제이크 질렌할). 그는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곳에서 카메라에 그 현장을 담아 tv 매체에 팔아 넘기는 '나이트 크롤러'를 만난다. 대학도 나오지 않았지만, 머리가 비상한 그는 기막히게 돈 냄새를 맡고, 그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경찰의 무전기를 통해 사건 현장을 발빠르게 찾는 그. 하지만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엔 경쟁자에게 특종을 빼앗겨버리거나 사건 현장은 이미 정리된 후다. 결국 그는 부하를 고용하기로 하고, 면접을 본다. 구직자에겐 '다 너의 커리어를 위한 거야'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을 주기로 하고, 본격 노동착취에 나선다. 

 

자신은 운전을, 인턴은 내비게이션 역할을 분담하고, 점점 기세를 올리게 되는 두 사람. 결국 경쟁자들을 제치고, 사건 현장에 도착해 특종을 낚은 루이스는, 자신의 영상이 tv 메인을 장식하는 걸 보고 흐뭇해한다. 그가 그렇게 특종을 하나씩 낚아오는 동시에, 방송은 점점 더 자극적인 영상을 원하고, 본인도 점점 막다른 상황을 향해 나아간다(그런 와중에 망설임이 전혀 없다는 게 포인트). 보기 좋은 구도를 위해 시체를 옮긴다든지, 총살 사건의 범인을 알지만 숨긴다든지. 결국 그는 끝까지 죄의식 없이 본인의 성공만을 위해서 철저히 타인의 인격은 무시한 채로, 언론의 괴물이 되어간다. 



영화를 보기 전에 평이 워낙 좋아서 기대를 했던 터라, 그것엔 못 미쳤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 <러브 앤 드럭스>에서 로맨틱한 연기를 펼쳤던 그 제이크 질렌할이 맞나 싶을 만큼 대단한 연기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또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내가 기대했던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 영화라기보다는, 뭐라도 튀어나올까봐 무서운, 좀 으스스한 분위기에 가까운 영화였다. 특종을 원하는 방송국과 갈등하는 주인공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앞서 말했듯 죄의식 없이 그저 특종에 미쳐가는 주인공이라는 게 조금 의외였다. 몇 달을 같이 일한 동료가 죽어갈 때 카메라를 들이밀던 그의 모습이 그저 기억에 남을 뿐. 영화가 끝나고, 그다지 뒷맛은 개운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