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홈커밍》 :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보고 싶은 영화가 없는 극심한 영화 가뭄에 허덕이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스파이더맨 : 홈커밍>. 마블의 열혈팬은 아니라 스파이더맨의 복잡한 사정은 하나도 모르나, 어쨌거나 톰 홀랜드는 지난번의 어벤져스 데뷔 이후, 솔로무비로 새롭게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토비 맥과이어와 달리 어리고, 말 많고, 의욕이 앞서는 소년 같은 이런 느낌이라 익숙하지 않은데, 아마 같은 캐릭터를 다른 이가 끌고 가려면 아무래도 확- 달라야 하겠지, 라고 내심 이해는 하고 있다. 이제 꽃길만 남은 배우 톰 홀랜드가 지리한 오디션 끝에 겨우 거머쥔 행운이니까.
이번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지난번 <시빌 워> 어벤져스의 대활약 이후, 진정한 히어로로 탄생하는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다. 토니 스타크는 피터 파커의 활약을 칭찬하면서 그에게 새로운 기능이 탑재된 수트를 선물하고, 언젠가 연락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빨리 어벤져스에 끼어 큰일을 하고 싶어 안달난(흡사 중2병) 피터는 수트를 입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그러다 벌처(마이클 키튼)의 무리를 맞닥뜨리게 되고, 이들이 위험한 존재임을 알아차린다. 연락담당인 해피에게 연락하지만 그는 진지하게 들어주질 않고, 결국 혼자 벌처를 쫓겠다고 하다가 사고를 치고 만다.
결국 토니의 훈계를 받게 된 피터. 그는 자신의 이야길 들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변명하고, 수트를 도로 가져가려는 그에게 '수트가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 얘길 들은 토니는 "수트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면, 넌 더더욱 그 수트를 가질 자격이 없어"라고 아들내미 혼내듯 말하고,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철부지 스파이더맨이었던 피터는 자신의 방종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음을 깨닫고, 진지하게 변한다. 마침내 조금 철이 든 그는 스스로 사건을 깨끗하게 해결한다(새 수트도 아닌 허름한 기존 수트를 가지고, 악과 맞섰다는 사실이 말이 돼? 싶긴 하지만 어쨌든 그는 해낸다).
벌처와 싸우면서 스파이더맨이 성장한다는 중심이야기 외에 이 영화는 피터의 주변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그리고 있다. 피터=스파이더맨을 알게 되는 단짝 친구 네드(제이콥 배덜런), 피터가 짝사랑하는 리즈(로라 해리어), 피터의 가족인 메이 숙모(마리사 토메이) 등등. 그런데 재미있는 게 몇몇 주변인물이 유색인종으로 대체되어 있다는 점이다. 감독이 이 부분에 강박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신경쓴 느낌이다. 미쉘(젠다야 콜맨)이 워싱턴기념탑의 방문을 '노예가 지은 것'이라서 거부하는 장면 같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이번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벌써 600만의 관객을 넘겼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예매율 역시 1위다. 그 정도로 재밌었나 싶으면 갸우뚱하지만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133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으니까. 익숙한 아이언맨과 얄미웠던 캡틴 아메리카를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는데, 신인 끌어주기가 제대로였다. 또 간간이 마블의 전작들을 봤다면 알아챌 대사들도 꺼내 반가웠고, 번역도 진짜 찰졌다. <데드풀>의 황석희 번역가가 작업했는데, 그때의 그 골때리는 느낌도 살아 있었다. 예를 들면 "그거.. 봤어요, 야동" 이런 것. 마지막에는 캡틴 아메리카 덕에 뜻하지 않은 교훈도 얻었으니, 봐도 후회는 없겠다. 참, 생각지도 못했던 기네스 팰트로의 등장도 깨알 재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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