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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자꾸 포스터를 종종 발견하는 영화가 있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제목이 좋네, 하고 봤는데 아는 배우도 별로 없는데 그나마 아는 후쿠시 소우타도 나온다고 했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더니 책이 원작인 영화란다. 얼마 안 있어 이 영화의 시사회 선착순 이벤트가 열렸다. 선착순이란 말에 얼른 가서 마지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려놓고 보니 이 영화가 그렇게까지 보고 싶진 않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지? 혼자 가긴 싫고, 같이 이 영화 얘기를 했었던 H후배에게 같이 보자고 꼬셨다. 다행히 거절하지는 않았다. 일본 영화를 보러 온 게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는 후배를 데리고 (너무 재미없으면 안 될 텐데 하는)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아오야마 다카시. 그는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계속되는 야근과 상사의 핍박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어김없이 텅 빈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때 상사의 전화가 또 날아든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다가오는 지하철에 뛰어드려는 찰나, 초등학교 동창인 야마모토가 나타나 구해낸다. 얼굴도 기억 나지 않는 어릴 적 동창과 갖은 술자리로 둘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잿빛으로 가득했던 그의 인생에도 드디어 생기가 돌고, 점차 스타일도 바뀌고, 일에도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의 신상에 의심을 품은 다카시가 인터넷에 야마모토를 검색하고, 알고 보니 3년 전 죽은 남자인 것을 알게 된다. 

(스포있음) 하지만 실은 3년 전 죽은 남자는 블랙기업에 혹사당하다 자살해버린 야마모토의 쌍둥이 형. 동생인 야마모토가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우울한 다카시를 발견하고, 뭔 일이 날까 싶어 따라와 그를 구해준 것. 결국 다카시는 야마모토 덕분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다는 이야기. 

 


영화는 다행히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회사에 혹사당하는 이야기라서 좀 진지하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유머도 간간이 친다. 꽤 여러 번 치는데 치약 광고 찍냐면서 왜 실실 쪼개냐 했던 부분은 킬링포인트. 과하긴 하지만 실적압박, 월요일 출근, 퇴사 전 감정 같은 것도 직장인이라서 공감할 수 있기도 했다. 두 남자의 브로맨스도 괜찮다. 다카시가 우울해 할 때마다 오사카 사투리로 술이나 한잔 먹으러 가자고 할 때마다 흐뭇해지기도 했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누가 봐도 티나게 교훈을 주려는 게 보여서 일본영화스럽다고 느껴졌다. 사직서를 내밀고 부장과 다카시가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 '퇴사는 실패'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거기다 주인공이 세상 답답한 캐릭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거래처를 뺏긴 걸 알았을 때도 그는 '죄송하다, 괜찮다'라고만 한다. 뭐라도 한마디해줬으면 속이라도 시원했을 것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패션센스도 잊을 수 없다(하얀 옷 입지 말아라). 



영화를 보고 H후배에게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으냐고 했더니 6점이라 했다. 나는 그때 8점이라고 했는데, 감상을 이야기하는 동안 쉴 새 없이 아쉬운 점이 늘어났다. 결국 7점으로 하향조정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가벼운 영화 정도다. 원작까진 찾아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