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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1987》 -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강동원

《1987》 -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강동원



오늘까지 영화 <1987>이 관객수 666만 명을 기록했고, 1000만은 힘들어도, 700만은 넘길 것 같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손익분기점은 400만이어서 어쨌든 흥행엔 성공한 셈이고, 관계자들도 연말연시 어두운 과거사를 그린 이 영화로 이 정도 흥행한 데에 대해 고무적인 듯했다. 왜 이렇게 잘 아느냐면 주말에 영화를 보고 난 후부터 관련 기사는 속속들이 챙겨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개봉일이 언제인지, 주연 배우로 하정우와 김윤석이 나오는지도 전혀 몰랐을 만큼 관심이 없었는데, 보고 난 후부터는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져서 연일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    



영화 <1987>은 말 그대로 1987년에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그 시작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박종철은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잔혹한 물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박처장(김윤석)의 주도로 경찰은 시신 화장을 최검사(하정우)에게 요청한다. 일말의 양심으로 요청을 거부하고 시신 보존을 명령한 채 최검사는 사라지고, 그 사이 정부에선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거짓 발표를 이어간다. 



이 사건을 끈질기게 취재 중이던 윤기자(이희준)는 유일한 목격자이던 오영수 의사와 인터뷰를 따내고 사건의 진상에 조금씩 다가간다. 이에 박처장은 조반장(박희순)과 형사를 희생양으로 사건을 덮으려 하지만, 교도관인 한병용(유해진)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이를 조카(김태리)를 통해 외부에 알리게 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이한열(강동원)의 죽음으로 또 다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게 되는데…. 



영화 <1987>는 개인적으로 몇 년 동안 봤던 한국영화 중 최고였다. 정치색이 짙어 화제성이 높고, 유명 배우들도 나온다니 흥행은 하겠네, 하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든 영화였다(실화가 아니었다 해도 흥행할 수 있을 만큼). <1987>은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강동원, 박희순, 이희준… 등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대단한 배우들을 한 영화에 만날 수 있는데다 연기력도 좋아서 장면마다 압도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잠깐 기억에 남는 것만 해도 김윤석이 박희순의 이마에 총구를 겨눌 때 두 사람의 눈빛이나 유가족이었던 조우진의 서러운 눈물 연기나 여진구의 고문 장면 등등 많다. 거기에 김윤석의 사투리는 완벽했고, 처음 보는 김태리의 연기도 신선했다. 정말 이런 영화가 천만이 안 되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혼자 눈여겨봤던 건 문성근, 우현 같은 배우들. 극중에선 악역으로 분했지만, 실제로는 시위도 하고, 블랙리스트에도 오르는 일을 겪기도 해서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고 괜히 뭉클해졌다. 

또 하나는 감독. 영화 시작즈음, 감독이 장준환이라서 혹시? 했는데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한국영화 톱 3에 드는 <지구를 지켜라>의 그 감독이었던 걸 알고 반가웠다. 이번 영화는 출연 배우도 많고, 해야 할 이야기도 많아서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역시 베테랑은 다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