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포레스트》 - 김태리, 진기주, 류준열
근래 들어 개봉 전부터 기다리는 일은 내게 드물다. 그런데 <리틀 포레스트>는 달랐다. 언제 개봉하나, 하고 내내 들여다보고 원작을 빌려 읽고, 영화를 맞을 준비를 일찍부터 했다. <아가씨>는 보지 못했고, <1987>을 봤는데 김태리에 대한 그때의 기억이 좋아서 이 영화를 고르는 데는 그리 고민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태리라서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기다가 감독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이다. 전작이 따뜻했고, 여성 감독이라서 좀 더 사계절을 예쁘게, 세심하게 담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다행히 기대는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학생인 송혜원(김태리)은 서울살이에 지쳐 그렇게나 떠나고 싶어했던 본가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소꿉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을 만난다. 혜원은 시골을 뜨고 싶은 은숙과 자신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와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제철 음식을 먹고, 사계절 농사를 지으면서 도시에서 채우지 못했던 마음의 허기를 채우게 된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을 얼마 앞두지 않았던 시기에 자신을 떠난 엄마를 더 이해하는 시간을 보낸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언론에서는 <삼시세끼>, <윤식당> 등 힐링 프로그램과 이 영화를 비교하곤 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고, 일상스러운 영화라서. 하지만 이쪽이 좀 더 꾸미지 않은 일상 본연의 모습을 더 잘 살려내고 있는 듯하다. 혜원이가 뭔갈 열심히 만들어 먹는 것만 봐도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세 친구의 케미도 시간이 갈수록 더 좋다. 사계절 영상을 담아야 했기 때문에 네 번의 크랭크인과 크랭크업을 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배우들의 친밀함이 엿보이는 듯했다. 특히 초반의 은숙과 혜원의 첫 포옹은 약간 어색하다 느껴졌는데, 이후 재하의 구여친을 보고 멋쩍어하는 두 사람의 변화를 보면 공감할 듯.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하기 전 원작 만화도 있고, 일본에선 영화로도 이미 나와서 우리 식의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반응을 보면 성공한 것 같다. 평점도 9점대가 넘고, '힐링영화'로도 입소문이 나서 계속 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우월한 영상미도 그렇고, 떡, 콩국수, 곶감, 막걸리 등 먹음직한 음식들을 전면 배치해 보는 내내 흐뭇해지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원작과 달리 인물의 관계를 좀 더 부각시켜 스토리를 다양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한몫했을 것 같고. 개인적으론 송혜원이 김태리여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캐스팅이 찰떡. 이 영화 때문에 김태리가 더 좋아질 것 같다. 아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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