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디》 - 벨렌 루에다, 휴고 실바, 호세 코로나도
딱히 볼만한 영화가 없는 요즘, 그나마 눈길을 끈 영화가 있었는데 김희애, 김강우, 김상경 주연의 <사라진 밤>이다. 올해 첫 스릴러라는 것과 믿을 만한 배우가 나온다는 것, 거기에 리메이크작이라는 것이 보고 싶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보지 않겠느냐고 권했지만 썩 내켜하지 않았다. 재밌어보이지 않아? 하고 물으면 딱히 극장까지 가서 보고 싶진 않아, 라는 반응이었다. 보고 싶던 마음은 간사하게 시들시들해지고, 결국 <싸라진 밤> 대신 원작이라는 <더 바디>를 보기로 했다.
<더 바디>는 스페인 영화로 개봉 당시 스페인은 물론,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던 스릴러 영화다. 스페인 영화는 처음이지만 평이 워낙 좋았고,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로 만들어질 정도라면 한 번쯤 볼만했기에 두말없이 보기로 했다.
<더 바디>는 사라진 시체를 매개로 벌어지는 하룻밤의 이야기다. 재력의 아내를 뒀지만 지나친 억압과 집착으로 아내에게 애정이 식어버린 남편 알렉스. 그는 첫눈에 반한 연하의 연인 카를라에게 푹 빠져버리고, 결국 아내를 독약으로 살해한다. 그런데 성공의 축배를 채 들기도 전에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그는 허술한 알리바이로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그런 가운데 주변에서 아내가 살아있다는 의심을 품을 만한 상황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혼란에 빠진다. 사라진 시체는 어디로 간 것인가, 아니 애초에 아내는 죽은 것인가. 끊임없는 의심 속에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이 관객을 기다린다.
사라진 시체와 조금씩 드러나는 과거의 행적들. 알렉스의 목을 조여 오는 베테랑 형사. 영화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긴장감을 연출한다. 의문의 편지, 뒤바뀐 시체의 이름, 어둠 속 휴대폰 벨소리 등처럼. 거기에 마지막 반전까지 기가 막히다. '반전 영화'라는 걸 먼저 알고 본 탓에 내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리라, 하고 여러 가설을 내세웠지만 시원하게 빗나갔다. 그래서 더 기뻤다. 반전을 위한 반전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치밀하게 쌓아온 반전이라 결말을 본 순간 모든 게 단번에 조합되는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더 바디>가 만족스러워서 그런지 아쉽지만 <사라진 밤>을 볼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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