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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호시노 겐, 하나자와 카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호시노 겐, 하나자와 카나 



우연한 기회에 공짜 표가 생겨서 보게 된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 영화가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의 원작이었다는 건 특이한 제목만으로도 단번에 알아챘지만, 실제 소설을 읽은 적은 없어서 어떤 내용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기자기한 그림체도 아닌 데다, 사이사이 의식의 흐름처럼 갑자기 튀어나오는 요상한 그림체 탓에 '이 영화를 봐야 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보기 전까지 굉장히 망설였다(주말에 예매를 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딱 하나 궁금한 게 있다면 일드 '니게하지'의 주인공이었던 호시노 겐이 성우를 맡았다는 것. 그렇게 좋아하는 배우도 아닌데, 한번 알게 된 배우가 또 다른 역할을 할 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가 궁금해서 이왕 보기로 했다. 가수로, 배우로, 성우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그인데, 애석하게도 외모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목소리만큼은 인정. 최대한 좋아하는 그녀의 눈앞에서 알짱거리기 작전을 펼치는 수줍은 많은 다정다감한 선배에 적격이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검은 머리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선배가 하룻밤 동안 그녀를 쫓아다니면서 겪는 유쾌한 사건과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밤의 폰토초라든가 헌책 시장, 게릴라 공연이 펼쳐지는 대학 축제 등의 에피소드가 전개되면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연이 닿지 않는 둘의 거리를 보여주다가, 마지막 병문안으로 수줍게 맺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인다. 



둘의 로맨스 외에도 다소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야한 화첩을 모으는 변태아저씨라든가, 첫눈에 반한 그녀를 다시 만날 때까지 팬티를 갈아입지 않는 팬티총대장, 가진 건 많지만 외로워하는 이백 등이 그것이다. 보는 내내 현실감은 제로에 가깝고, '이게 뭐야?' 싶은 장면들이 여럿 있지만 이것들이 나중에 묘하게 연결되면서 독특한 재미가 있다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이야기 방식과 현재와 과거 회상 장면의 확연히 다른 그림체가 초반엔 굉장히 낯선데, 끝까지 보면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이렇게 나타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보고 난 후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겠다 싶으면서도, 개인적으론 재밌다든가, 없다든가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