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지웅
'글쓰는 허지웅입니다'라는 말을 어느샌가부터 달고 다녔던 사람. 무심한 듯 자신을 소개하는 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기에 별로 크게 기억할 만하진 않았다. 그러다 어딘가에서 읽게 된 그의 짧은 글은, 그가 그렇게 '글쓰는 사람'이라 자신을 소개할 수 있음을 전적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후 나는 꼭 그의 글이 읽고 싶어졌다. 다행히 그의 책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있었고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그 글이 바로 《버티는 삶에 관하여》.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란 책은 사실 방송에서 뜨고, 그와 시기가 맞물려 첫 소설책이 나와서 읽고 싶지 않았다. 그의 필력보단 이름에 기댄 글 같아서. 나와 같은 이가 많아선지 어째선지는 모르지만 그 책은 반응이 나쁘지 않았으나 퍽 훌륭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후에 《버티는 삶에 관하여》가 나왔고, 오히려 이 글이 그와 맞다는 의견과 더불어 심상치않게 팔렸고, 팔리고 있다.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그가 지금까지 버티고, 버텨낸 치열한 기록이다. 제법 자신의 일일들을 반추하다 보면 멋도 부릴 만하고, 허영이라든가 하는 게 보일 법도 한데 너무나 꾸밈 없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드러내도 그는 괜찮은 건가 싶을 정도였다. 교수였던 아버지,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집안의 딸이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는 재산 한푼 물려받지 못했고, 아버지와 별거하면서 허지웅은 경제적, 애정적 결핍을 겪었다(지금은 아닌 듯하다). 15만 원의 고시원, 남이 먹다 남은 짜장면에 밥을 비벼먹던 비참함, 아르바이트 3-4개는 기본 등 이러한 치열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구나 싶었다. '세상은 원래 나쁘다'며 부정의 아이콘을 자처하던 그가 쉽사리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그중 '사랑해요 현주씨'는 정말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글이다. 엄마란 존재는 정말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에세이에 이렇게 불우한 가정사만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정치적인 견해, 영화를 보는 시선도 담겨 있다. 정치적인 글은 이해도 가고, 공감도 갔다. 장년층의 여당을 향한 한결같은 애정과 함께 여당에 제대로 된 맞서기도 못하는 야당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그랬다. 영화 이야기에선 <록키 발보아>, <다이하드> 등을 거론하는데, 애석하게도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영화를 볼 수도 있구나, 이렇게 영화가 참 매력적이구나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멈출 줄 모르듯 넘어가던 책장의 마지막은 결국 '버티라'다. 버티고, 버텨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 그처럼 나도 버텨야겠다.
#나는 먼저 연락하지 못했다. 일이 바쁘고 삶이 피곤하니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문자가 왔다. 한밤중이었다. 엄마였다. "음력 10월 14일 양력 11월 11일은 지웅이 엄마의 생일…… 받고 싶은 생일선물 : 예쁜 숄처럼 생긴 목도리. 가격 4만 원." 화장실에서 물 틀어놓고, 나는 소리내 엉엉 울었다.
#사람들은 부자를 보며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성공신화에 매료될 뿐이다. 부와 이익이라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긍정적 에너지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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