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글쓰기》 : 서민
네이버에서 '책·문화'를 즐겨찾기 해두고 매일매일 본다. 여느 때처럼 그렇게 읽다가 <서민적 글쓰기>를 알게 되었다. 이전에도 표지를 본 적이 있긴 했지만 이 책이 어떤 책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된 건 이때였다. 유시민처럼 저술 활동을 많이 하는 학자가 쓴 글쓰기 교재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독특한 책이었다.
글쓰기를 타고나게 잘했던 사람이 아니고, 심지어 생뚱맞게 기생충 박사다.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형편없는, 작가의 말에 의하면 쓰레기였고, 칼럼을 써도 깊이도 없고, 담당자만 힘들게 한 끝에 불명예스럽게 하차를 택했다. 이게 다 열정은 있으나 알맹이는 없는 글쓰기 탓이었다. 덕분에 이를 악 물고 10년 동안 죽어라 하루에 2편씩 글을 쓰면서 글쓰기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다시 칼럼니스트로 복귀했고, 글 잘쓰는 사람으로 이름이 나기 시작해, 글쓰기 책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글 잘쓰고 싶은 욕망은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그래서 글쓰기 책이라면 눈길이 가곤 했다. 그런데 몇 권의 글쓰기 책을 읽는 동안 똑같은 실망을 했다. 글쓰기 책에선 항상 '재밌게 쓰라'고 이야기해도 정작 그 책 자체가 재미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모순에 이 책도 궁금증이 일긴 했지만, 고민스러웠다. 또 실망할까봐. 그런데 이 책은 정말 글쓰기의 기본을 충실히 다루면서 재미있게 글을 끌어나간다. 예시들도 재미없는 '그/그녀'를 대상으로 놓고 풀어가는 게 아니라 기생충을 대입해 쉽게 표현한다. 덕분에 며칠 걸리리라 생각했던 독서는 몇 시간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자 마자 '아, 재밌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본 테크닉을 다루면서, 이렇게 쉽게 풀어낸 책은 처음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겐 앞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런데도 불구, 읽으면서 씁쓸했던 게 있다. 저자도 인정했듯 초기엔 글쓰기가 형편이 없었는데, 책을 여러 권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녀작은 서울대 의대 동아리 학회지에 실린 걸 가지고 나온 모양인데, 글쓰기 실력과 관계없이 서울대 출신 이라는 이름의 혜택은 받은 것이다. 이후에도 교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기회가 돌아온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식이라면 그냥 글이 좋아 책을 내고 싶은 예비 작가들에겐 다소 희망이 꺾이는 이야기지 않을까. 아무래도 책도 상업과 관련된 만큼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긴 한데, 실력도 없이 책이 나오는 그런 행태는 출판계에서 알아서 자각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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