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산장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 표지 색감이 좋은 책
<백마산장 살인사건>과 헷갈려 이미 읽은 줄 알았던 책이었다. 뒤표지를 꼼꼼히 읽어보니 처음 듣는 스토리라 구입하게 됐다. 판권을 살펴보니 1990년에 나온 책인데, 표지갈이를 새롭게 해 다시 주목받는 듯했다. (종로 영풍문고에선 소설 4위였다) 표지의 색감도 에쁘고, 나무느낌나는 그림도 그렇고, 내지의 도비라마다 그림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잘됐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소설인데도 디자인에 신경쓴 게 느껴졌달까. 좋았다.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제목처럼 산장을 무대로 사건이 펼쳐진다. 다카유키의 약혼녀인 도모미가 결혼식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약혼녀는 죽었지만 다카유키는 그녀의 부모님과 교류를 이어간다. 석 달 후,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던 교회의 옆 산장에 약혼녀의 부모님, 친족들이 모두 모이게 된다. 한편, 그 산장에 강도들이 총을 갖고 나타나고, 모두 인질이 된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그때, 강도가 아닌 인질 중 누군가에 의해 한 사람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도모미의 죽음도 사고사가 아니라는 의혹이 점차 번져간다. 누가 도모미를 왜 죽였는지를 두고 계속 독자에게 궁금증을 일으킨다.
이번 <가면산장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책들과 익숙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최근작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미는 다소 떨어지고, 직관적이면서 투박한 느낌이다. 범인을 알아내지도, 반전도 딱 알아채지도 못했을 정도로 추리하수지만, 반전이 싹 벗겨지는 순간, '헐!!'이라는 생각보다 '아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 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건의 내막이 전부 풀렸을 때 '그렇군' 정도의 느낌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에서 손에 꼽는다 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사건이 좀 단순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럼 그 많은 히가시노 게이고 책 중에 하필 이 책에 대한 인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결론은, 최신작처럼 보인다는 것뿐이려나. 사실은 26년이나 된 꽤 오래된 소설인데. 마지막 한방이 아쉽긴 했지만, 언제나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하려고 하는 게 어떤 건지는 감이 온다. 강렬하기보단 사소한 악의, 사랑이랄까. 사건은 약해도 읽으면서 인물에 대해 느꼈던 나의 감정 변화가 오히려 더 신기했다. 인물에 대한 느낌이 이렇게도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구나 싶어서.
# (69p)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을 견뎌 가면서까지 무언가를 성취하려 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 처하면 우선 책임을 전가하고, 그다음에는 포기를 하든지 무기력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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