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 폴라 호킨스
| 몰입감 최고였던 책
후배가 추천해주며 빌려준 <걸 온 더 트레인>. 일본소설이 아닌 외국소설은 어느 순간부터 손이 잘 가지 않아서 띄엄띄엄 읽고 있는데 덜컥 받아들었다. 사실 제목만 보곤,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오프로드와 관련한 여행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이미 드림웍스에서 영화화를 준비할 정도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책이다. 작가소개가 인상적이었는데, 저자 폴라 호킨스는 연애소설만 주로 써왔지만 밝은 내용보다 비극을 잘 써냈다. 연애물인데도 등장인물을 폭력과 사고를 끼워넣었다. 그러니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이왕 이런 성향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써보는 게 좋겠다 싶어 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알코올중독자 레이첼이다. 그녀는 임신을 원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우울한 성향을 갖게 된다. 그 사이 전 남편이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가정이 산산조각나고, 알코올중독자 신세가 된다. 이런 그녀는 매일 아침 타는 기차에서 한 집을 매번 눈여겨보고 그곳에 사는 부부를 부러워하며 제이슨과 제스라 이름 붙이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러던 중 제스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걸 목격하고, 제스(메건)가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발견한다. 완전한 타인이지만 자신이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제이슨(스콧)에게 다가고, 본의 아니게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 책을 열면 바로 독자 리뷰
이 책을 읽으려고 책장을 열면 먼저 나오는 것이 독자 리뷰다. 그중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빨리 읽지 못하는 내 느린 독서 속소닥 짜증날 정도였다"라는 게 있다. 아니, 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런 리뷰가 붙을까 싶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고선 이 리뷰만큼 이 책을 제대로 소개한 것은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참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 정말이지 이걸 하루만에 뚝딱 읽어내질 못하는 내가 얼마나 답답하던지.
<걸 온 더 트레인>은 레이첼의 시선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과거, 현재, 미래를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옮겨 진행시켜 나간다. (전 남편이 눈맞은) 애나, 레이첼, 실종 메건 이렇게다. 인물의 자기중심적인 서술과 알코올중독자답게 혼란스러움이 느껴지는 레이첼의 글을 읽으면 긴장감에 절대 멈출 수가 없다. 특히 알코올중독자 레이첼의 묘사는 단연 으뜸이다.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다짐들을 보면 짜증이 나 '레이첼 정신차려!!"하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매번 아침 일찍 일어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알람을 겨우 끄고,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하는 나를 상상하면 레이첼의 술에 대한 욕구가 나의 잠과 뭐 똑같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범인은 읽다 보면 그렇지 않을까 싶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범인이 밝혀지는 것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그 범인의 행동, 고백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범인을 처리하는 과정 역시. 그래서 마지막까지 깔끔하다. 영화로 나오면 당장 가서 볼 생각일 정도로 맘에 든다. 너무 재밌다고 했더니 회사에선 이미 이 책 돌려읽기가 진행되었을 정도다.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정말 기차를 타면 예전과 같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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