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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표지 디자인부터 따뜻한 느낌이 물씬

 

이번에 읽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종목은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인데, 그게 아니어서 수많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늦게 접하게 된 책이다. 작품 수에 비해 유난히 상복이 없는 편인 그는, 이 책을 통해 '일본 중앙공론문예상'을 수상한다. 

 

이 책은 좀도둑 세 명이 잠시 은신하기 위해 나미야 잡화점에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낡고 허름한 잡화점은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지만, 70-80년대엔 그곳의 주인인 나미야 할아버지가 사소한 계기로 사람들이 익명으로 남긴 편지에 상담을 해주던 곳이다. 그곳에 도둑들이 들어간 그날 밤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아무도 살지 않는 이곳에 시공을 초월하는 사람들의 고민 편지가 가게 우편함을 통해 하나둘씩 도착하는 것. 한번도 누군가의 편에 서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본 적도, 누군가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한 적도 없었던 이들은 상담 편지에 고민을 거듭하며 답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답장이 상담자들과 본인들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총 5장의 목차

 

전체 이야기는 나미야 잡화점을 중심이지만, 단편의 구성을 취한다. 총 5장이며 1) 답장은 우유 상자에, 2)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3)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 4) 묵도는 비틀스로, 5) 하늘 위에서 기도를 이라는 제목으로 이어진다. 

 

1장은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간 도둑 세 명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시공간의 초월 및 사랑하는 사람과 올림픽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펜싱 선수의 고민 상담기다. 

2장은 대대로 이어온 생선 가게를 이어 받아야 할지,  가수의 꿈을 밀고 나가야 할지 고민에 답해주는 내용이다. 

3장은 아내가 죽고 유일한 낙이었던 고민 상담으로 잡화점을 떠나지 못하는 나미야 할아버지. 문득 자신의 상담이 남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의심을 하는데, 어느 날 33년의 시간을 넘어 잡화점에 상담 후기가 담긴 답장이 쏟아진다.

4장은 사업에 실패한 부모님을 따라 야반도주를 해야 되는지,  아니면 부모님을 말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학생의 상담이다.

5장은 부모님의 교통사고 후 고아원에 지내게 된 상담자가 이후 자신을 키워준 이모할머님께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고수입인 호스티스 일을 하면서 단순 사무직 일도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내용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소개

 

단순한 상담 의뢰와 상담 답변처럼 보이지만 이 속에는 '나미야 잡화점'과 고아원인 '환광원'을 둘러싼 인연이 숨어 있다. 상담자들은 모두 그곳 출신이며, 나미야 할아버지는 옛날 환광원을 세운 아키코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이렇게 엮이는 이들의 인연의 놀라움과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최선을 다해 상담을 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와 좀도둑들의 따뜻함, 시공을 초월한 동화 같은 아름다움을 모두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 슬픔이 깃들여진 사연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먹먹한 느낌도 든다.

꽤 두꺼운 분량이라 읽는 데에 오래 걸리겠구나 했는데 단편처럼 이루어진 이야기가 편지 형식으로 쉽게 읽혀져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오래 두고 읽어야 어울릴 책이라 밤마다 자기 전 침대에서 조금씩 읽곤 했는데 말이다.

사실 살인추리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작품도 좋지만, <악의> 같은 작품이 긴장감과 반전미가 있어서 더 좋다. 그런데 확실히 이 작품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소설보다 더 잔인한 사회 속에서 이런 따스한 이야기로 치유받고자 하는 이들 때문이 아니겠나 싶다. 2012년에 출간된 책인데, 아직까지 베스트셀러라니 놀랍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이 따스한 이 책은 한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