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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인생스시집, 신림 새옹

인생스시집, 신림 새옹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어제.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크리스마스에 대한 로망도 없고, 뭘 하고 싶기 보단 집에 누워서 책 읽는 게 가장 좋다. 이런 나 대신 임뚱이 일찍이 일식당을 예약해놨다. 지인들하고 갔던 곳인데,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2주도 더 남겨놓고서 예약을 했던 것. 그렇게 신림동에 있는 일식당, 새옹에 다녀왔다. 외관부터 뭔가 심야식당 같은 아늑한 분위기.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소박한 느낌. 분위기도 은은하니 좋고, 조용조용했다. 여자들이 딱 좋아할 것 같은 분위기. 

이날 예약을 6시에 했지만, 20분 정도 늦었다. 미리 전화를 드렸지만, 사실 좀 늦을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아니었다. 같은 타임에 들어온 손님들을 한꺼번에 코스로 준비해주기 때문에, 속도를 맞추려면 정해진 시간에 와야 하는 시스템. 그치만 우리는 다행히 먹는 속도가 빨라서 괜찮았다.

 

 

가게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니, 미리 세팅이 되어 있었고, 바로 샐러드랑 따듯한 차를 주셨다.

이때 손님은 우리 외에 두 커플. 사장님이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주셨는데, 다들 너무 조용해서 정말 그 음악이라도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간혹 사장님 휴대폰에 전화가 와서 음악이 끊겼는데, 그때마다 쿨내나는 사장님). 음식은 오픈키친 형태라 만드는 과정을 눈앞에서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도마도, 조리도구도 다들 하나같이 깔끔!

 

 

우리가 예약했던 코스는 스시코스.

일식당에 몇 번 가보긴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코스로 먹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 코스에 사시미, 스시, 그리고 다른 것들이 얼마나 나오는지 몰라서 사장님이 그릇에 주는 대로 냅다 먹었다. 그래서 보통은 음식이 그릇에 쌓인다던데, 나는 쌓일 틈도 없이 사라졌다.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스시코스에서 대략 사시미는 5점 정도였던 것 같고, 스시는 15점 정도. 그리고 사이사이 샐러드, 고로케, 도로묵, 따듯한 소바로 이어졌다. 원래 좋은 곳에 가면 음식을 찔끔 주고, 텀을 둬서 배부르게 만드니까 여기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기는 음식이 많이 나오는 편. 초반에 걱정과 달리 엄청 푸짐했다.

 

 

참치, 새우, 관자, 전복, 장어, 도미 등등. 다양한 종류의 스시들을 맛볼 수 있었다. 진부하지만 스시는 정말 입에 넣자마자 녹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바다의 맛이 진하게 풍겼다. 특이했던 게 밥 위에 회를 3점씩 얹은 스시. 두툼하고, 풍성해서 먹기 좋았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장어, 도미, 참치. 참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여기는 맛있었다. 일본에서도 먹어보고, 임뚱이 회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다녔었는데, 지금까지 맛본 곳 중에선 최고였다. 인생스시집이 신림에 숨어 있었다니.

 

 

앞서 먹었던 것 외에도 더 많은 스시들을 맛봤다. 서비스로 소고기까지. 마무리는 따뜻한 소바였다. 식사를 먹는 데에는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코스가 끝날 즈음엔 8시에 예약한 손님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막 밀려들지도 않고, 내내 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기념일이라든가, 연말이라든가 뭔가 제대로 된 곳에서 먹고자 했을 때 가성비도 좋은 집 같다.

 

일식당 새옹
Address 서울 관악구 관천로22길 70 1층 새옹
Tel 010-2328-9089
Open 평일 17:30~02:00
Cost 스시코스 40,000원, 사시미코스 3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