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식당, 카페

삼청동, 스미스가좋아하는한옥, 카페죠꽁드

삼청동, 스미스가좋아하는한옥, 카페죠꽁드



언제쯤 추위가 풀리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날이 좋아서 점심을 먹고 나면 햇살 받아 걸으면 좋을 것 같은 그런 주말이었다. 요즘 들어 청첩장을 나눠준다는 핑계로 사람들하고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다. 이날엔 오랜만에 YH언니와 만났다. 언제 봐야지, 했었는데 그 언제가 이날이었다. 



"언니, 삼청동 어때요? 날도 좋을 것 같고, 맛집도 제가 찾아놓을게요!' 

이렇게 연락을 남기고 약속날이 다가왔다. 하지만 거침없이 돌아가는 내 일상 탓에 내 말은 곧 빈말이 되었고, 언니가 당일이 되어서 여러 맛집 링크들을 보내줬다. 하지만 내심 또, 삼청동에 가면 먹을 만한 곳이 어딘가 있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이었다. 결국 끝까지 결정하지 못한 나 대신에 언니가 리드를 해주어서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을 가기로 결정했다. 미슐랭에 선정되었고, 한옥이 멋스러운 곳이라고도 했으며, 무엇보다 가격까지 저렴한 3박자 고루 갖춘 괜찮은 집이었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10분 내외였을까, 지도를 따라 걸으니 한적한 한옥이 나타났다. 마침 2시가 지난 시간이어서 그랬던가. 미슐랭 맛집이라기에 손님들로 북적일 것을 예상하고 갔으나, 통째로 빌린 것 마냥 대부분의 테이블은 비어 있었다. 시작부터 순조로운 점심이었다. 메뉴를 보고 안심 파스타와 마르게리따 피자를 하나씩 시켰다. 맛집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는데, 피자를 한입 베어 먹고서 감동했다. 진짜로. 이렇게 맛있는 마르게리따를 처음 먹어보는 느낌이었다. 재료가 신선하고, 상큼하고, 식감도 쫄깃하고. 안심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 소스의 점성도, 야채의 굽기도, 고기도 또 얼마나 실한지. 면도 그렇고. 너무 맛있어서 나만 먹고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곳에 데려와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장소였다. 맛도 좋고, 삼청동 특유의 내가 기대했던 여유로움까지.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도 무척 사랑하지만, 그 귀찮음을 털고 요런 곳들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와야지. 




식사를 마치고선 계획대로 삼청동 일대를 걸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날이 풀려서 그런지 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래도 또 그 나름대로 사람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들 주말에 나오나 싶어서 참 부지런하네, 하고 생각했는데 그 부지런한 사람 중 하나가 나였다. 주변에는 구경할 만한 숍들도 많아서 옷도, 신발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계속 걸었다. 그리고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카페 죠꽁드(Cafe Joconde)'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는 1, 2층으로 되어 있었고, 우리는 2층을 가고 싶어했는데, 빈 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입구 바로 앞(그치만 넓었던 자리)에 앉아서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주문했다. 케이크가 예뻐서 주문하면서 '예쁘다, 예쁘다'하고 언니랑 말을 했더니, 주인분이 '직접 만든 건데, 손님들이 예쁘다 해주시면 기분이 좋아요'하고 말해주셔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별 것 아닌 말에도 우리는 서로를 기쁘게 할 수 있구나, 하고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서 우리는 몇 시간에 걸친 밀렸던 수다들을 토해냈다. 남자친구, 일, 가족, 미래, 대학시절.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들이랑은 또 다른 방향의 이야기. 내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언니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했던 시간.

준비는 별로 못했지만, 맛집과 카페로 만족하고, 이야기로 넘쳐났던 행복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