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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삼청동, 호랑이카레, 프릳츠카페

삼청동, 호랑이카레, 프릳츠카페



평소 집을 좋아해서 별달리 약속을 잡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25일은 공교롭게 약속을 2개나 잡아버렸다. 그중 1차의 약속은 sangsang의 전현직 직원이 모이는 것. 나이는 내가 제일 많은데, 아는 건 또 없어서 핫플은 항상 다른 이들이 알려다준다. 그러면 나는 잠자코 따라가서 '우왕, 이런 곳이 다 있네요?' 하고 놀랄 뿐이다. 늘 모이던 곳에서 벗어나 삼청동에 가기로 했는데, 첫 번째 식당 '호랑이카레'도 그랬다. 안국역 3번출구에서 골목으로 들어와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데 사실 이곳은 삼청동이 아닌 계동이란다.



호랑이 그림이 있는 화려한 외관을 구경하고는, 지하로 들어섰다. 좁겠거니 하고 들어왔는데 의외로 공간이 넓었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EJ씨가 인스타그램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역시나, 인스타에서 인기가 많을 법했다. 대표 메뉴는 '카레'와 '오므라이스'인 듯했다. 나랑 YR씨는 카레를, EJ씨와 ES씨는 오므라이스를 골랐다. 카레는 조금 매콤한 스타일이었고(일본 카레의 느낌), 오므라이스는 부드러운 게란에 소스가 달작지근했다. 둘 다 맛있었고, 식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디저트로 조각케이크를 주기도 했다. 직원이 외국인이었는데 한국말도 잘하시고, 엄청 친절했다. 게다가 핸섬하셨다. 



(위치 설정이 켜져 있었는지, 푸디로 찍었는데, 북촌이라고 마크가 새겨져버렸다. 아........ 사진엔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사진을 찍은 게 없어서 팔자려니 하고 올리기로 했다. 호랑이 카페 외관하고, 메뉴ㅠㅠㅠㅠㅠ)




이번엔 커피를 마시러 왔다. 핫한 프릳츠카페라는 곳을 왔는데, 사실 여긴 어떻게 도착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냥 따라나서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카페가 있더라. 커피를 만들어주는 곳은 좀 현대적이었고, 커피를 마시는 곳은 한옥을 개조해 고풍스러웠다. 테이블도 넘나 옛날 스타일인 것. 그야말로 신구의 조화. 아늑해보였지만, 인기가 폭발이라 내부에 앉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운이 좋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마침 자리를 떠나는 손님이 있어서 금방 자리를 차지했고요.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커피는 쓴맛보다 신맛이 났다. 



천장이 높아서 마음에 들었던 프릳츠. 역시나 잘 모르면 입 다물고 따라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렇게들 이쁜 곳을 잘 찾아내니. 밥도 먹었겠다, 자리도 잡았겠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수다가 펼쳐졌다. 명목은 이번에도 청첩장 나눠주기였지만, 그건 정말 명목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른가 일이 주제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것 같았는데, 들으면서 참 세상은 별별 곳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만 어른이지 전혀 배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 요즘엔 너무 많다.



이런 가운데 ES씨가 분위기 반전을 노리듯 깜짝 책선물을 꺼냈다. 이게 웬 선물이냐고 물었는데 그냥 줬다고. 쿨한 사람. 각자 어떤 걸 읽고 싶어할까, 하고 고민해서 골랐다는데 나는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를 받았다. 너무 갖고 싶던 책이라서 세상 좋아했다. 

이러고 또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최근 백수가 된 내가 뭘 하고 놀지 몰아야겠다는 말을 꺼냈다. '요즘엔 잠도 잘 안 오고, 책도 잘 못 읽겠고, 적어도 남은 한달을 어떻게 제대로 보낼까요?' 라고. 그러자 다들 해결책을 찾아주기 시작했다. '걷기' '카페에서 놀기' '영화보기' 등등. 그런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았던 말은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는데, 앞으로도 오래 살 텐데, 잠깐 쉬는 시간쯤 있어야죠.' 였다. 내 고민을 풀어주려고 요렇게 예쁜 말, 해결책 찾아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서 넘나 감동했던 시간. 



자꾸 사적인 얘기들을 써서 후기리뷰인가, 일상포스팅인가 긴가민가. 다시 카페 얘길하자면, 프릳츠카페에서 주문은 여기서 하면 된다. 한옥과는 다르게 세련된 인테리어. 원두도 따로 팔았고, 빵이랑 커피를 주문해서 가져가면 된다. 내부는 상당히 좁다. 10명이 들어가기엔 절대 무리고, 5명만 들어가도 동선이 꼬이겠다 싶을 정도로 좁았다. 하지만 어차피 음식만 받으면 다시 들어갈 일이 없으니. 이곳을 보다보니 근처의 화장실까지 생각이 나는데,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좋았었다. 



계속 같이 있고 싶을 만큼 아쉬웠지만,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2차 약속을 위해서 나는 떠나야 했다. 아픈데도 약속을 위해 나왔던 YR씨도 같이 떠나기로 했다.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