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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서울숲에서 걷고, 먹고(뚝떡)

서울숲에서 걷고, 먹고(뚝떡)

 

 

1. 최근 가장 많이 걸은 주말, 서울숲

 

지난 주말, 날이 괜찮았다. 나는 추위도 많이 타고, 귀찮음도 남들보다 한 수 위라 집에만 오면 대체로 누워 있는다. 이번에도 그러려고 했지만, 요즘 체력이 너무 나빠지는 걸 느끼며 잠깐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새로운 곳으로 회사를 옮긴 후에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앉은 채로 40분 정도를 쭉 타고, 내리면 회사까지 딱 5분만 걸으면 된다. 퇴근길도 이거랑 비슷하니까, 하루 걷는 시간이 길어야 10분 정도다. 점심 시간마저 귀찮아서, 자리에 앉아 아침에 사온 편의점 김밥을 먹기 일쑤니깐.

 

 

이게 참 신기한데, 나가기까지는 그렇게 귀찮더니 막상 나가면 또 기분이 좋다. 뒤늦게 나간 거라 아직은 쌀쌀했지만, 햇살도 좀 비쳤고, 여기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이랑 나들이 나온 가족들을 보니까 곧 봄이겠구나, 싶어서 좋았다.

 

 

 

2. 핫하다는 거기, 뚝떡

 

실은, 좀 걷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먹자는 생각도 있었다. 하하. 그래서 집에서 빠져나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그곳, 뚝떡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번에도 한번 찾아가려고 한 적이 있었으나, 그땐 휴무여서 곱창을 먹었는데 요번엔 다행히 문을 열었다. 찾아가기 전까진 그냥 떡복이집 정도로만 이름을 알았는데, 알고보니 테이스티로드에도 나온 집이라고. 근데, 테이스티로드에 나오면 나랑 좀 합이 안 맞아서 기대100에서 기대50, 불안50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일단, 핫하다는 얘기답게 테이블엔 손님이 가득했다.

 

 

나는 누군가와 먹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을 주장하는 편이 아니다. 보통 상대방이 가자고 하면 따라가는 편이고,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하는 상대를 만나야지만 의견을 낸다. 왜냐면 앞장서서 데리고 가면 맛있었던 역사가 별로 없어서다. 그런 내가, 다른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살짝 무시하고 이곳에 왔었다. 그래서 제발 맛있어라, 하고 나름 긴장했었는데, 상대방도 알았을까.

 

이곳은, 떡볶이 맛집이라 메뉴가 좀 다양했다. 기본 국물떡볶이, 크림떡볶이, 김말이치즈떡볶이 등등. 우동, 튀김, 곱창 뭐 다양한 분식을 팔았고, 메뉴판은 따로 없어서 계산대에 있는 큰 메뉴판을 보고 고른 뒤, 선불로 계산해야 하는 곳이었다. 복잡해, 복잡. 셋이 와서 이렇게 시켰는데, 너무 많이 시킨 것 아닌가 하면서 걱정했지만 정말 떡 한 점 안 남기고 다 먹었다. 맥주에, 콜라까지. 

 

 

메뉴고르기 꽝손인 내가 고른 집인데 맛은 어땠냐고? 일단 남김 없이 다 잘 먹긴 했지만, 맛집으로 방송에 나올 정도인가 싶긴 했다. 맛에 깊이가 좀 없었고, 딱 대표메뉴라고 할 만한 건 없었던 것 같다. 크림떡볶이는 의외로 좀 꾸덕꾸덕 진했고, 국물떡볶이는 맹맹했고, 제일 괜찮았던 건 김말이치즈떡볶이인데, 이것도 하나만 먹으면 좀 물릴 것 같고. 뭐 그랬다. 궁금해서 왔지만,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다음번엔 차라리 서울숲에서 유명하다는 갈비집에나 가봐야지, 하고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