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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7, 3월 둘째 주 일상

2017, 3월 둘째 주 일상 



前 팀장님과 급 만났던 화요일, 저녁. 이미 내 몸은 회사를 떠난 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팀장님을 찾게 된다. 업계 관련해서 고민이 있으면 남자친구도 잘 들어준다지만 확실히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의지가 될 때가 있는데 그때도 팀장님은 좋은 어른이 되어주신다. 이날도 '저녁 시간되세요?'라는 급만남 요청에도 '왜?'라는 것 없이 '그러자'고 하시고,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앞에 놓고 내 얘기만 냅다 쏟아내는데도 다 받아주시고, 고마움은 헤아릴 수 없다. 세대가 다른데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 있다는 게 내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날은 좋은 밥, 좋은 밤.   




이직을 하고 내가 편집을 진행했던 책이 처음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회식을 했다. 하지만 그건 표면상이고, 사실 누군가에게 이런 자리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은 날이었다. 이런 자리가 생길 때마다 사회의 경력이 짧은 나는 몇 안 되는 회식 자리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회식'이라는 같은 단어로도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대한 신비를 겪고 있다. 그 결과 이날의 2차가 인도 음식점이 된 건 아니었던 걸까, 하고 생각한다.




사실상 신입이나 다름없는 위치에서 처음으로 진행하게 된 책이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인증샷. 어쩌면 무난한 작업이었다고 할지도 모를 텐데, 나는 순간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심경이었다. 제목을 정할 때도, 표지와 띠지의 문구를 적을 때도, 원고를 들여다볼 때도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섰다. 워낙 글 잘쓰는 작가의 글이었고, 나도 충분히 만족한 원고였는데, 내가 누를 끼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온전히 서점에 깔리고, 독자에 손에 이 책이 쥐어지게 될 텐데 그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하고 긴장감마저 든다. 이런 마음이 모든 편집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있을까.   




회사를 합정으로 옮기고부턴 점심 메뉴의 폭이 확실히 넓어졌다. 금요일이었던 이날 점심은 파스타였다. 일하다 말고 나와서 이렇게 우아하게(?) 파스타를 먹고 있으면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이 얘기를 들으면 sangsang 사람들이 정말 부러워할 텐데. 본격 합정라이프라고. 하지만 가끔 화려해보이는 이곳 말고, 소박하고, 편안했던 그 제기동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러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여!"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