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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7, 3월 넷째 주 일상

2017, 3월 넷째 주 일상



YH언니랑 오랜만에 삼청동. 맛있는 음식과 수다가 있었던 주말이었다. 언니 덕분에 맛있는 식당도 알게 되고, 사람으로 치여 살던 내게 사람이 또다른 위안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기도 했던 날이었다. 우울한 마음에 약속의 준비도 하나도 못했는데 웃는 얼굴로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주던 언니. 마지막엔 책 좋아하는 날 위해서 서점에 가자고 해줄 정도로, 배려심이 넘치는 언니. 왜 그렇게 살았을까, 하는 후회가 더 많은 대학시절, 이런 인연 하나 내게 있어서 다행이다. 




막상 퇴사를 질러놓고 마음이 우울해서 견딜 수 없었던 밤.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자기도 너무 힘들었을 텐데 같이 걸으면서 포차나 가자며 하는 사람. 덕분에 한강을 건너 고터까지 걸으면서 마음 정리도 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일들도 조금은 가볍게 생각할 수 있었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느끼는 건 내 주변에 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냐는 것. 겁나 싸가지 없는 나지만, 잘해야지 하는 반성도. 

 



백수인 주제에 바쁜 나날이었다. 정말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빴다. 노느라고. 청첩장을 주기 위해 이번엔 공덕으로 달려갔다. 첫째를 보고 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둘째를 임신했다고 알린 애기엄마, B. 일이 일찍 끝나서 여유롭게 고기도 뜯고, 커피도 때리고(아, 멘트 정말 격 떨어진다ㅎㅎ).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결혼과 육아에 한창 신경이 쓰이는 나와 공감대가 맞아서 그런지 별별 대화들을 다-.   




3월 24일 금요일 7시. 대학 동아리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로 한 날이었다. 웬만하면 중심에 서고 싶지 않은 내가 주최자가 되다 보니 연락을 돌리면서도 마음이 어려웠었다. 청첩장 때문에 연락도 하나 안 하던 내가 갑자기 연락을 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거기다 어느 선까지 결혼을 알리고, 알리지 말아야 하나 싶어서 조심스러웠다. 걱정하던 날들을 지나 결국 당일이 되었다. 식당도 예약해두었고, 미리 연락도 해두었으나 7시까지 확실하게 몇 명이 올지는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인원이 차지 않을까, 소심해서 결국 식당 예약도 취소했는데, 다시 온다고 하는 이들 덕분에 결국엔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그때 급작스럽게 후배 S가 찾아왔다. S는 졸업하고 한번도 보지 못해서 결혼도 알리지 않았는데, 후배 L에게 결혼 소식을 들었다며 찾아와준 것이다. 거기다 꽃다발까지 사들고서. 보통은 연락을 못하면 인연이 끊기거나, 모임에도 오지 못할 텐데 꽃다발을 들고 찾아오는 후배라니. 너무 미안했고, 고마웠고, 이럴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소중한 불금에 찾아와주고, 축하 메시지를 남겨준 이들 모두 고마웠는데, 이 후배의 출현은 사뭇 달랐다. 덕분에 그날 밤은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다. 나, 아주 막 산 건 아니었나봐, 하면서. 


p.s. 하루 전날 고등학교 K선배에게 카톡이 왔다. 웨딩사진을 프사로 해놓은 내게 왜 결혼을 안 알렸냐면서. 결혼식을 꼭 가겠다는 당부의 말과 함께. 나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못할 것 같은데, 왜들 이렇게 멋있는 사람들인지. 




요렇게 일상을 정리하기 시작해보니, 요즘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책과 엽서를 선물받은 것(선물을 받아서 기억에 남는 걸까?). 

H후배가 준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는 일본의 소출판사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평소 출판에 관심이 많아서 인터넷에서 이 책을 보고 혹시 잊을까 '캡처'도 해놨었는데, 마침 이걸 주어서 깜짝 놀랐다. 또 다른 후배 YR(그러고 보니 둘 다 H여서)은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이 담긴 엽서를 선물로 주었다. 이게 또 놀란 게 요즘 '행복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을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또 주었나 하고. 이렇게 취향에 맞는 선물을 내게 주기까지,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생각했을 두 사람의 마음이 고마워서 더 감동받았다. 책도 잘 읽고, 영화도 다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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