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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7, 3월 셋째 주 일상

2017, 3월 셋째 주 일상

 

 

강남역, 2시 반. 일 마치고 나온 H랑 임신한 J를 만났다. 멕시코 요리를 파는 '훌리오'를 찾으러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한적한 공간을 만나기도 하고, 언덕을 몇 번 오르내렸는지. 급기야 지도를 보고 멈칫, 해외라도 놀러온 줄. 다른 곳에 가려다가 그래도 찾으려고 노력한 게 아까워서 결국 도착했다. 샐러드, 타코, 엔살라다 먹은 듯. 양이 좀 적나, 싶었는데 할 얘기가 넘쳐서 적당히 배부르게 먹었다. 청첩장을 나눠주는 게 목적이었는데, 이야기의 비중을 따지면 결혼 얘기가 10%가 됐을까. 2시 반에 만나 헤어진 게 9시쯤이니까 엄청난 수다였다.   

 

 

또 다시 청첩장을 핑계로 만난 M과 J. 도저히 DDC에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서울에서 모였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모일 수 있었다니. 진작 이런 자리가 많았어도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청첩장을 주려고 했었는데, 청첩장은 까맣게 잊고 출근해버린 빠가사리라서 청첩장은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기로. 이날 저녁 메뉴는 군산오징어. 애들이 맛집을 찾고, 어떤 걸 시키면 되는지 싹 준비해서, 맛있게 냠냠. 튀김이 진짜 바삭바삭해서 놀랐다, 기대 이상. 2차는 근처 스벅이었는데, "극혐"과 "눈치보지 말 것"이 중요의 키워드. 얘네, 이렇게 쿨했나.

 

 

만난 지 곧 1000일을 바라보는, 결혼 한달 정도 남은 우리. 꼬박꼬박 기념일을 챙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무슨 -데이들은 우리에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한달 전. 임뚱이 갑자기 밸런타인 데이에 초콜릿 바구니를 받아보고 싶다는 얘길 했다. 그냥 그런 거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결국 바구니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라면 사지 않을 초콜릿을 사주었다. 하지만 자기 취향이 아닌 걸 사와서였는지 별로 좋아하질 않았고, 다시는 이런 걸 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못을 박았다(임뚱도 받아들였다). 그러고 한달이 지나 화이트데이. 널 위해 준비했어, 라며 임뚱이 주고 간 선물. 사탕 싫어하는 날 위해 작은 초콜릿. 안 줘도 되는데 뭘 이런 걸 또.

 

 

나는 알아주는 계획성애자다. 이걸 하면 다음엔 이거, 그다음엔 이거. 이런 식으로 늘 플랜이 짜여 있었다. 혹여 당장 지켜지지 않는다 해도 결국엔 원하는 방향으로 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선택을 했다. 퇴사. 입사한다고, 좋아하는 소설을 만든다고 좋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3개월만에 퇴사 의사를 전달했다. 일이 소중하지만, 나보다는 소중하지 않다. 그리고 나는 좀 더 건강하고, 예의 있는 관계를 원한다.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재진행형이다. 끝, 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 역시 모르는 거다. 사람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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