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방송

《김과장》 : 남궁민, 준호, 남상미, 김원해

《김과장》 : 남궁민, 준호, 남상미, 김원해

 

편성 | KBS 수목드라마, 2017.1.25~2017.3.30

줄거리 |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필사적으로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며,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

 

 

아주 오랜만에 쓰는 드라마 리뷰다.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쓴 드라마가 <또 오해영>이었는데, 그간 <시그널>,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드라마들도 놓치지 않고 재밌게 봤었는데,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못 쓰다가 지금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또 다시 눈에 들어온 드라마가 있었으니, 그 이름 <김과장>이다.

 

남궁민 주연에 남상미, 준호 외에는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배우들이(연기는 다들 잘하지만) 많아서 KBS에서도 별 기대 안 하는 드라마겠거니 했다. 무려 동시간대 맞붙은 드라마가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였으니까. <대장금> 이후로 사극으로 돌아오는 이영애의 복귀작이기도 했고, 상대 배우는 송승헌에, 300억 대작을 쏟은 작품이라고도 했다. 1, 2회 시청률은 단연 <김과장>을 압도했다. 그런데 슬슬 기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과장>이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더니 그 이후로 가파르게 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했고, 주변에서도 난리가 났다. 그 얼마나 재밌는 드라마길래, 내가 궁금증을 가졌을 즈음엔 이미 10화를 지나 있었다. 이걸 볼까, 말까.

 

 

 

볼 것도 없는데 그럼 가볍게 볼까, 하고 1화를 봤다가 4화까지 보게 됐다. 사람들이 재밌다고 했을 때엔 두말 없이 믿고 봐야 하는 법. 드라마 <김과장>은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크게 해먹겠다고 대기업 TQ그룹에 응시했다가 뒤가 구리다는 이유로 입사하게 되고, 의도치 않게 회사에서 의인이 되면서 개과천선 하는 이야기다. 경리과에 배속된 그는 우연히 회사의 부정과 불합리에 반발하게 되고, 그런 그를 은근하게 따돌리던 동료들은 점점 인간적인 호의를 느끼고, 한 팀으로서 회장에 맞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김과장>은 좋은 상사, 기러기 아빠, 대기업의 횡포, 스펙 차별, 시급 착취, 심지어 최순실 사건까지 사회 문제들을 콕콕 집어냈고, 현실성은 다소 떨어지는 판타지적인 전개를 보여줬지만 사람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같은 한 방을 날려 호응을 얻었다. 큰 주제가 아니더라도, 직원들끼리 업무 분담이라든가, 팀별로 사이가 나쁘다든가, 1시간의 점심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어떻게 밥을 먹는가 등등 사소한 디테일도 잘 살려 <미생>과 비교될 만한 훌륭한 오피스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김과장>의 성공에는 일단, 작가의 역량이 크다. 어떤 배우를 쓰더라도,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은데 박재범 작가는 그 역할을 잘한 것 같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신의 퀴즈>, <굿닥터>, <블러드>가 있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열광했던 <신의 퀴즈> 작가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 작가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는 너무 코미디를 너무 남발하지 않았는지 좀 아쉽긴 한데, 이미 그때쯤엔 <김과장>에 빠진 뒤라 인물들이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그냥 좋아서, 넘어가게 되더라. 

 

 

그리고 또 다른 성공요인은 배우들. 남궁민은 주연으로서 완벽하게 '김성룡'을 연기해냈고, 짠내나는, 능청맞은 모든 연기를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임을 각인시켰다(이젠 꽃길일 듯). 다른 배우들도 그랬다. 남상미는 언제나처럼 튀지 않게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준호도 아이돌이란 생각이 들지 않게 제법 잘해 나중엔 '먹쏘'라는 별명까지 얻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보통 드라마였다면 러브 라인이 있었을 테고, 당연히 남상미-남궁민을 시청자들이 밀었을 텐데, 이 드라마는 특이하게 남상미-준호, 더 나아가 남궁민-준호를 엮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어디다 붙여놔도 케미가.

 

이 밖에도 3초 만에 모든 감정을 보여줘 연기력에 감탄하게 만든 김원해를 비롯한 동하, 박영규 등등의 조연 배우들 하나하나가 빛나는 드라마였다. 어떻게 이런 배우들을 불러모아 놨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화면에 비치는 시간은 달라도, 모든 시간들에 배우들은 빛이 났다. 이런 배우들이 있어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잠시 현실을 잊고,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연초라도 이 배우들 연말 시상식엔 상 하나쯤 받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