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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방송

《싸인》 : 박신양, 김아중, 엄지원, 정겨운

《싸인》 : 박신양, 김아중, 엄지원, 정겨운

 

총 20부작, 2011.1.5~2011.3.10
출연 : 박신양, 김아중, 엄지원, 정겨운
줄거리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강력한 <시그널>의 등장으로 생각보다 꽤 빨리 여운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 <시그널>을 보다가 <싸인>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알았다. <싸인>이 인기가 꽤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그냥 지나갔었는데, 대단한 작품이라는 그 <싸인>이 이제와 궁금해졌다. (더욱이 박신양이 최근에 시작한 예능 <배우학교>를 보고서 더!)

 

<싸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국과수를 지키려는 법의관 박신양 vs 전광렬의 대립이 중심. 이들의 대립과 함께, 살인사건을 은폐하려는 권력이 있다. 즉, 사체를 통해 마지막 진실을 지키려는 자와 조작하려는 자의 머릿싸움이다. 당연히 박신양을 중심으로 검사 엄지원, 신참 법의관 김아중, 형사 정겨운은 진실을 지키려는 쪽이다. 이들은 온갖 수사외압과 사건조작, 협박 등에 시달리면서 결국 1화부터 전개된 '강력한 차기 대통령의 딸 살인사건'을 20화에 이르러 모두 해결한다. 하지만 그 사건을 밝혀내기 위해 융통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박신양이 스스로 사체가 되고, 자신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녹화한 CCTV 영상으로 범인을 잡아낸다.  

 

보통 드라마에서 룰처럼 정형화된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를 파격적으로 깨 반전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반전만 노린 것이 아니라, '박신양(윤지훈)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인물'이라는 설득력도 있고, 그 죽음의 의미를 알기에 드라마가 끝나도 여운이 남는다. 철저히 박신양 중심 드라마지만,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들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보는 내내 너무 화가 나는 전광렬마저.

 

이 드라마는 박신양만 죽지 않았어도(아니 죽었어도) 시즌제로 계속 이끌어 나갔어도 괜찮았을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 한 편에 등장했던 사건('아이돌 살인사건', '일본 내 한국인 시체 사건', '미군 총기사건', '게임 시나리오 사건')처럼 계속 사건들이 등장해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싸인의 코난화라고 할까..)  부검할 때나 의약품이 등장할 때 전문적인 내용도 많아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런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했고, 이런 게 진짜 드라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걸 왜 이제야 봤나 라는 후회도 됐지만, 만약 방영 때 봤으면 일주일을 기다리느라 말이 아니었겠다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박신양이 부검을 하고, 부검의혹이 내부에서 철저히 묵살되고 "대체 어디까지 썩은 거냐. 시체썩는 냄새보다 더하다"고 했던 것과 마지막 전광렬의 양심선언. "국과수의 권력을 원했지 권력의 시녀는 되고 싶지 않다"고 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대사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해 콕콕 와닿았다. <싸인>을 보고 났더니 <시그널>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