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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방송

《응답하라 1988》 : 혜리, 류준열, 박보검

《응답하라 1988》 : 혜리, 류준열, 박보검

 

총 20부작, 2015.11.6~2016.1.16
출연 : 혜리, 류준열, 박보검, 라미란, 성동일
줄거리 : 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가 연속 히트를 치고, <응답하라 1988>이 제작된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세 번째 시리즈마저 성공할까 우려되는 가운데, 걸스데이의 혜리가 여주인공이 되었다. <진짜사나이>에서 애교로 한방에 뜬 이후 이렇다 할 뭔가를 보여주지 않아 거품론과 함께, 시작도 전에 연기력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언제나 그랬듯 다른 캐릭터들 마저 인지도가 없는 배우들로 채워졌다.

 

시작도 전에 '안본다'는 사람들이 많아 나조차 볼까, 말까 했지만 1화를 보고 나선 그런 고민 따위가 싹- 사라졌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혜리의 연기력 논란도 역시. 이번 <응답하라 1988>은 연애보다는 가족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됐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시청률이 계속 상승해 18%까지 찍었다. 덕분에 혜리는 60억 소녀라는 별명을 얻게 됐고, 조주연할 것 없이 모두가 주목받으며, CF에 너도나도 출연했다.

 

총 20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소품들의 디테일함과 아련한 옛 곡들의 훌륭한 리메이크로 꽉 차 완성도가 높았다. 여느 드라마보다 앞뒤가 딱딱 맞는 치밀한 구성도 재미와 공감대를 충분히 느끼게끔 했다. (역시 응답 시리즈구나 했다!) 그런데 10부쯤 넘어가면서부터는 다소 우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치타여사는 갱년기를, 보라는 사법고시를 위해 이별을, 덕선이는 하고 싶은 게 없어 고민을, 성동일은 퇴직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극이 채워졌다.

 

더욱이 진작에 나왔어야 할 덕선이의 남편감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아 19부, 20부가 될 때까지 논란이 되었다. (어남류니, 어남택이니 하면서) 개인적으로 '어남류'파였고, 드라마의 전개로 볼 때도 류준열이 남편인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억지 반전을 주려 한 것 같아 아쉬웠다. 버스, 우산, 벽, 분홍셔츠, 침대 동침 등 깔아 놓은 떡밥들이 정말 많았는데 다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것 같아서 당황스러웠다. (김주혁이 연기하는 택을 생각하면 전개가 더 어색)  그리고 처음과 연결되는 마지막 장면도 혼란스러웠다.

 

초반과 달리 혼란과 당황의 연속으로 <응답하라 1988>을 보내게 됐지만, 그래도 따뜻하고, 재밌던 드라마로 기억할 것 같다. 부모님도, 나도 같이 좋아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됐을 만큼 모든 세대를 아우른 드라마였다. (가장 좋았던 시리즈는 <응답하라 1997>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