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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 아라가키 유이, 호시노 겐, 오타니 료헤이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


편성 | 일본 TBS

출연 | 아라가키 유이, 호시노 겐, 오타니 료헤이, 이시다 유리코 

줄거리 | 직업도 애인도 없는 주인공 모리야마 미쿠리는 연애 경험이 전무한 35세 독신 샐러리맨 츠자키 히라마사와 '고용 관계'라는 명목하에 계약 결혼을 하고, 가사의 대가로 계약 남편인 츠자키에게 매달 월급을 받으며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미묘한 둘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오랜만에 놀면 뭐하나, 일본어나 슬렁슬렁 들어보자 하여 볼만한 일드를 찾아보았다. 그러다 눈에 띈 게 아라가키 유이 주연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다. 한국에서도 전편 방영을 했었는데, 대체 방영할 때마다 나는 뭘 하고 있었는지, 뒤늦게서야 이런 드라마가 있었어? 하고 깨닫고 만다. 제목으로는 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하나도 잡히지 않고, 포스터를 보니 아라가키 유이의 다른 드라마들 <전개걸>이나 <리갈 하이> 풍이겠구나 하고 예상하고 보기 시작했다.

 

 

모리야마 미쿠리(아라가키 유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활동을 했으나 취업에 실패하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졸업 후 또 다시 일자리를 찾지만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거나 하는 등 세상 속에서 혹독한 시련을 맛본다. 그렇게 다시 백수가 된 그녀에게 아버지가 가사도우미 일자리를 찾아주고, 츠자키 히라마사(호시노 겐)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랑 엮이는 것을 싫어하고, 철저히 프로 독신남을 지향하던 히라마사는 금세 책임감 있게 일하는 미쿠리를 신뢰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럴 바에는 '고용 관계'의 계약 결혼을 하는 게 어떻냐는 결론에 이르고, 미쿠리는 가사를, 히라마사는 월급을 주면서 위장 부부로 살아가기로 한다.

 

 

초반부 일자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미쿠리의 모습이나 가정주부로서 무료 봉사나 다름 없는 일을 하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을 때는 억지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일드 특유의 오버액션과 만화적 설정이 도드라진다. 일단 취업이 되지 않아 고용 계약의 위장결혼을 제시하는 미쿠리나 고용주인 히라사마의 너무 낮은 자세, 미쿠리의 간혹 등장하는 망상씬, 위장결혼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정의 분위기를 낸다는 이유로 화요일마다 행하는 허그데이랄까. 황당하지만 일드니까, 아라가키 유이니까 보게 된다.


 

 

처음에 사실 (이러면 안 되지만) 남자주인공 호시노 겐의 외모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메인 남주라고? 아라가키 유이의 상대라고? 얼른 검색을 해봤더니 어느 블로그의 글에선가 호시노 겐이 최근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뒤를 잇는 배우라고 쓰여 있었다. 대체 왜..

드라마의 설정상 남주가 연애를 해본 경험이 없고, 자존감은 낮고, 일은 잘하는 것으론 나름 납득할 수 있고, 여주가 사랑에 빠지는 것도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전혀 '환상'이 생기진 않았다. 고멘나사이.  

 


그렇다 보니 어느샌가 미쿠리의 이모인 유리(이시다 유리코)와 카자미(오타니 료헤이) 커플이 더 메인처럼 느껴졌다.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17살 차이 미남미녀 커플이라는 점에선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앞서 커플보다는 애정의 눈으로 보게 됐다(이런 적 처음).

초반 설정은 카자미가 미쿠리를 좋아하는 거였는데, 어느새 미쿠리의 이모를 좋아하게 되다니,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파격이긴 한데, 이상하게 그런 감정의 빠른 전개가 이해가 됐다. 감정이란 게 어쩔 수 없으니까. 그리고 둘이 감정이 싹 트고, 머뭇거리고, 마주보게 되는 그때까지 긴 말 없이 쭉- 치고 나간 전개도 좋았다. 일드의 장점은 짧아서 정말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는 건데, 여기서 또 한번 느꼈다. 그나저나 일드에 나오는 오타니 료헤이라니 좀 신기했다. 일본어를 잘하는 게 당연한데, 그 모습마저도 신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