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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드

《롱 베케이션》 : 야마구치 토모코, 기무라 타쿠야

《롱 베케이션》 

(ロングバケーション)


편성 | 일본 후지TV

출연 | 야마구치 토모코, 기무라 타쿠야, 다케노우치 유타카, 마츠 다카코

줄거리 |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세나와 신랑에게 버림받은 미나미의 사랑이야기

 


일드를 보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봤을 <롱 베케이션>. 트렌디 드라마의 시초, 당시에 엄청난 인기를 몰고온 드라마 등 엄청난 수식어가 붙는 드라마다. 예전부터 한번 볼까, 했지만 너무 오래전 드라마라는 이유로 늘 리스트에서 빠뜨리곤 했다. 그러다가 기무라 타쿠야 드라마가 간만에 또 보고 싶었고, 얼마나 재밌길래 하는 궁금증도 생겨서 더 늦기 전에(그나마 20년 전일 때) 보자 싶어서 보기 시작했다. 듣던 대로 패션은 조금 촌스럽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이야기로서는 앞서나가면 앞서 나갔지, 전혀 구식인 느낌이 없다.  


피아니스트인 세나(기무라 타쿠야)는 콩쿠르를 앞두고 낮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깬다. 결혼식 당일 신랑에게 버림받은 여자 미나미(아마구치 토모코)다. 세나와 룸메이트였던 신랑의 행방을 찾고자 집에 찾아왔지만 행방은 찾을 수 없었고, 그녀에겐 신랑이 남긴 이별 편지만 남겨져 있고, 그마저 세나가 대신 읽어주고 만다. 시작부터 엉망진창인 둘의 첫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신랑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미나미는 세나의 집에 들어오고, 어리숙한 세나는 거절도 못하고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같이 살면서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잘 안 풀리는 서로의 일을 위로해주는 등 제법 괜찮은 관계를 이어나간다. 한편, 세나는 대학 후배인 료코(마츠 다카코)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미나미가 둘의 사랑을 이어주려고 한다. 물론 그때마다 실수를 하긴 하지만, 소심해서 제대로 데이트를 하지도, 고백도 못하는 그는 어쨌거나 조금씩 적극적으로 바뀌어나간다. 하지만 결국 료코는 짐승남인 미나미의 동생(다케노우치 유타카)과 잘되고, 세나는 실연에, 료코의 연애상담까지 하게 되는 처지로 전락한다. 미나미는 그 사이 유명한 카메라맨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데, 상대방이 애가 있는 이혼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는 진심으로, 친절하게 자신에게 다가오지만 어쩐지 세나가 신경쓰인다. 



콩쿠르를 앞두고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면서 자신감을 잃은 세나. 그래서 미나미는 피아노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구하게 된 그를 찾아가 피아노를 다시 칠 것을 권한다. 그래도 마음을 돌리지 않는 그를 위해 일주일간 연습한 음악을 연주하면서 '기적' 있다고 말해주고, 미나미 덕분에 세나는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된다. 누구를 위해 특별히 피아노를 치고 싶었던 적이 없던 세나는 콩쿠르에서 처음으로 미나미를 생각하면서 연주를 하고, 보기 좋게 콩쿠르 대상을 차지한다. 곧바로 소감을 말한 뒤, 사라진 미나미를 찾아서 뛰어가는 세나. 갈팡질팡했던 자신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깨달은 두 사람. 콩쿠르 대상으로 보스턴에 가게 된 세나는 미나미에게 "보스턴에 같이 가자"라고 말하면서 프로포즈를 하고, 두 사람은 하객은 비록 별로 없지만 행복한 결혼식으로 마무리한다. 



러브라인이 꽤나 복잡해서(결국엔 정해져 있는데도) 줄거리 내용만 쓰는데도 어마어마. 무려 20년 전 드라마인데도 지금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고였던 <롱 베케이션>. ost인 <lalala love song>도 너무 좋고(보아 버전을 먼저 들었었는데, 드라마를 보고 나니 원곡이 좋더라), 화면 구성도 괜찮고, 촬영지(옥상, 거리)도 너무 맘에 든다. 

여주인공의 나이가 31살로 나오니까 지금 내 때인데, 왜 이렇게 어른의 연애처럼 보이는지 쿨하고, 멋있었다. 개인적으로는 20년 전 드라마인데 '동거', '연상연하', '이혼남'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놀랐고, 거리낌없이 우수에 젖은 듯 담배를 피워대는 기무라 타쿠야를 보면서도 충격이었다. 지금 드라마보다 더 거친 느낌. 예나 지금이나 누군가를 만나는 이야기는 결국엔 다 거기서 거기인 듯. 

<롱 베케이션>은 오래된 드라마라 그런지 꽤 유명한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도 좋았다. 기무라 타쿠야, 히로스에 료코, 다케노우치 유타카, 마츠 다카코. 지금은 다들 주연인데, 조연도 맡았었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기무라 타쿠야의 외모는 진짜 열일. 자리를 확고히 잡은 후부터 좀 강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여기선 연하남이라 소심하고, 상처받은 얼굴이 생소하고, 아련했다. 웬만한 드라마를 봐도 감정의 동요가 없는데, 이 드라마는 굉장히 설렜다. 거기엔 기무라 타쿠야가 실제로 여주인공인 야마구치 토모코에게 감정이 있던 적이 있다고 해서 였을까. 드라마가 드라마로 안 보이고, 괜히 설렘. 잊지 못할 세나, 미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