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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불한당》 -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

《불한당》 -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밤, 책은 왠지 읽기 싫고, tv도 볼 건 없고 그래서 영화나 보기로 했다. 뭔가 빠르게 전개되는, 시원한 영화가 보고 싶어서 고른 게 <불한당>. 사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 때부터 관심을 가졌었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감독이 논란이 되었던 게 있어서 굳이 문제 있는 영화를 볼 필욘 없으니까,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하여 뒤늦게 보게 된 것. 나 같은 관객이 많아서 개봉 당시 관객은 95만 명에 그쳤는데,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마니아 층도 늘고, 개봉 1주년 기념회도 갖고, DVD 판매량도 꽤 높았다고(TMI). 



(스포 있음

<불한당>는 범죄 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한재호(설경구)와 어머니의 신장을 위해 교도소행을 택한 경찰 조현수(임시완)의 이야기. 교도소에 있지만 누릴 것은 다 누리는 절대 권력 재호는, 교도소 신참(?) 현수가 자꾸 눈에 밟힌다. 그런 와중 20년을 함께 한 보스(이경영)가 자신의 목숨줄을 끊기 위해 사람을 보낸 걸 알게 된다. 위기에 처한 그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현수. 그 사이 현수의 어머니는 뺑소니로 죽음을 맞고, 실의에 빠진 그를 재호가 도우면서 의리를 쌓는다. 결국 현수는 자신이 경찰임을 털어놓고, 출소 후 함께 조직 일을 뛰게 된다(경찰을 속이고)

의기투합한 만큼 이후 보스를 깔끔히 처리하고 1인자가 된 재호. 하지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눈치챈 경찰은 현수를 불러 어머니를 죽인 뺑소니범이 누군지 밝힌다. 또 한 번 자신의 삶의 목표였던 사람을 잃은 현수는 꼭지가 돌아버리고, 재호를 처리하기로 하는데…. 

 


줄거리를 줄줄 글로 쓰고 나니까 너무 평범해 보이고, 재미 없어 보이지만, 그건 글의 문제지 영화는 전혀 아니다. 안심하고 있다가 쉴 새 없이 반전이 거듭되고, 배우들은 인생 연기를 여기서 다 보여줬고, 클리셰 또한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지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도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서, 이렇게 잘 만들어놓고 헛소리를 한 감독이 너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두고, '군대 간 임시완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라고 했는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연기를 보고 나면 백 번 공감할 듯. 



퀴어 영화를 그리 선호하진 않는 편이라, 이 영화가 그 요소를 담고 있다는 데에 사실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과하게 그리지 않아서 호흡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눈물 콧물 다 쏟았다. 자신의 끝을 예감한 듯 쓸쓸한 재호나 형을 믿었던 만큼 망가진 현수나 둘 다 너무 아팠다. 현수의 손에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순순히 죽음을 맞는 그도 그렇고, 재호를 죽인 뒤 차 안에서 현수가 뒤늦게 자신의 애정의 깊이를 알아챈 듯 슬퍼하는 것도 심각하게 잘 뽑았다. 

너무 폭력적이라는 게 이 영화의 흠인데, 마지막을 고려하면 그 정도는 뭐. 


"난 시체랑 술 안 마시는데"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라" "내가 진짜 뭐에 씌였나 보다"


명대사도 많고 묻히긴 아까운 영화(tv를 돌리다 '공공의 적'을 틀어주는 걸 잠시 봤는데, 설경구만 봐도 눈물 날 것 같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