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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성난 변호사》 : 이선균, 김고은, 장현성

《성난 변호사》 : 이선균, 김고은, 장현성

 

주말마다 비는 오고, 방구석에서 할 일은 없고, 뭐할까 하다가 오랜만에 영화나 한 편 보자 했다. 어떤 영화를 볼지 고르고, 골라 내다 이선균 주연의 <성난 변호사>가 있길래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개봉 당시 전작이었던 <끝까지 간다>의 여운도 남아 있었고, 범죄 추적이라는 주제가 맘에 들어 보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평이 좋질 않아서 극장까진 가지 않았던 영화였다. 또, 당시 권상우, 성동일 주연의 <탐정>이라는 영화와 스토리가 비교되면서 대형 제작사에서 만든 관객들이 좋아하는 스토리 구성이라는 칼럼을 본 순간, 마음이 살짝 사그라들었던 거다.   

 

 

그렇게 놓쳤던 영화를 어쨌든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기는 게 목적인 인정사정없는 변호사 이선균이 등장하고, 그에 이어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선균이 일하는 로펌에 제약회사 대표인 장현성의 의뢰가 들어오는데, 그 의뢰는 앞서 벌어졌던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변호하는 것. 그리고 그 재판의 담당 검사는 이선균의 후배였던 김고은. 줄타기를 해볼까 하는 불량변호사 이선균은 그 의뢰를 받아들이고, 사건을 담당하고, 훌륭하게 변호를 마치는데, 그 순간 변호인이 "자신이 죽였다"며 폭로해버린다. 당황한 이선균은 뭔가 꼬이기 시작했음을 직감하고 그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성난 변호사에서 선한 변호사로 탈바꿈해간다.  아웅다웅 하던 김고은이랑 적당한 로맨스(?)를 펼쳐진다.      

 

 

스피디한 전개랑 이선균의 등장, 소품이나 화면 구성은 좋았는데, <끝까지 간다>의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비슷한 느낌의(불량해보이는) 주인공과 이선균의 원맨쇼는 다소 아쉬웠다. 다만, 그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랑 연기는 좋았다. 한강의 추격씬, 재판에서의 변호씬, 살인사건을 파헤치던 그때 등. 이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예측가능했다는 점은 이 영화의 한계였던 것 같다. 게다가 악의 축으로 나오는 장현성이 그 캐릭터를 연기하기엔 예능의 이미지랄까. 너무 선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확 와닿지 않았다. 약한 자를 자신의 사무실에 불러들이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는 건 <베테랑>이랑 비슷했는데 그만큼의 공포로 느껴지지 않았다. 개까지 똑같이 배치했는데도 불구하고? 더 악한 느낌의 배우였으면 선-악의 대비가 극명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김고은이 이렇게 연기를 못했던가 싶을 정도로 검사라기엔 전-혀 안 어울려서 깜짝 놀랐다. 좀 더 똑부러진 느낌의 여배우였다면 이선균이랑 좀 대등하게 상대하는 느낌이 났을 텐데, 검사와 변호사로 만났을 때도 너무 약한 느낌이었다. 비중도 이전 작들에 비해 상당히 작았다. 임원희가 감초 역을 했는데, 웃음이 이어지질 않고, 자꾸 화면에서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이선균 때문에 같이 때려친 것도 약간 이해가 안 되는 설정이었다. 딱히 이선균이 챙겨준다거나 한 것도 없는데? <조선명탐정>, <암살>처럼 남남 케미를 노린 것 같았는데, 임원희의 비중이 다른 작들에 비해 작아서 그만큼의 케미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불량했던 검사가 사건을 만나 깨닫고, 약한 자를 돕는 선한 변호사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영웅' 서사랑 딱 들어맞긴 한데,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영화가 끝나면서도 그.다.지 선한 캐릭터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몰입도를 조금 낮추는 경향이 있다.  선인지, 악인지 분명하지 않아서 그를 응원해주기 힘들달까. 시작부터 끝까지 내용은 깔끔한데 뭔가 확 울컥하거나, 감정이 격해진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 왜 생각보다 흥행이 되지 않았는지는 보면서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