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 조승우, 이병헌, 백윤식

《내부자들》 : 조승우, 이병헌, 백윤식

 

기대가 컸다. 한때 신드롬이 일었던 <미생>의 윤태호의 원작을 내세웠다고 했고, 조승우, 이병헌을 비롯한 연기라면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 나선다고 했으니. 개봉 후 계속해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500만도 훌쩍 넘었다고 하고,  내가 좋아하는 범죄물이라니 이건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대했던 <내부자들>을 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아니어서 관을 나온 순간에도 한동안 멍했다. '어떻게 된 거지?'하고 속으로 계속 생각도 했다. 그리고 나온 첫 마디는 '이게 뭐야' 였던 거 같다. 깔끔한 완성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대에 비하면 못 미쳤다. 그래서 지인들도 '이 영화 괜찮냐'는 내 물음에 '나쁘지 않아' 정도로 대답했던 건가 싶었다.

 

 

각각의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뭔가 제각기 한 방이 없는 느낌? 연기가 되는 사람들을 죄다 불러놓고, 연기뿐이랴 티켓파워까지 있는 이들을 불러놓고 이 정도라니 좀 아쉬웠다. 복수를 다짐하는 깡패, 정의를 구현하는 빽없는 검사, 칼이 아닌 글로 여론을 농락하는 간사한 논설위원. 흥미로운 요소임에도 뭔가 치밀하지 않고 느슨한 느낌이 들었다. 보면서 비슷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성난변호사>, <베테랑> 절대 악에 맞서는 빽없는 인물들의 정의구현이랄까. 하지만 장르가 다소 애매했던 느낌이 든다. 진지한 맛에는 <신세계> 같은 영화만 못했고, 유쾌하기로는 <베테랑>만 못했다. 

 

 

500만 시점에서 영화를 봤었는데, 지금은 600만을 넘었다고 했다. 내 기준 천만이 간다고 해도 사실 갸우뚱 거려지는 영화 중 하나다. 조승우는 <타짜>, 이병헌은 <악마를 보았다>, 백윤식은 <지구를 지켜라> 등 기존 역할에 비해 임팩트가 약했다. 그리고 조승우가 내부자가 되어 그들의 악을 고발해버린다는 반전은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 있기도 했고, 영화를 보면서 그 정도 반전은 쉽사리 알아차리게 되어버려 아쉬웠다.

 

 

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백윤식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글의 힘이, 그 글을 쓴 사람의 지위가 얼마나 센지, 독자 및 청자로 하여금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실감했다. 깡패가 하는 말인지, 논설위원이 하는 말인지에 따라 여론의 입장이 순식간에 바뀌는 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보여집니다', '매우 보여집니다'라고 정정하던 씬에서 어감 하나에 전달하는 뜻이 확연히 바뀜을 나타내는 심오함이 인상깊었다. 그 외에 기억나는 건 청불영화라더니 생각보다 야해서 깜짝 놀랐던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