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인사이드》 : 한효주, 박서준, 이진욱, 유연석
매일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뜨면 다른 사람이 되는 사람이 있다. 시작은 18살 때부터였고, 그 이후로 사람과의 교류도 없고(1명 빼고), 익숙해져서 크게 불편한 것도 모르고 그렇게 살아왔다. 다행히 그가 하는 일은 가구 디자이너. 그런데, 자주 찾아가던 단골 가구숍에서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날부터 그는 매일같이 다른 얼굴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데, 상대가 누구건 똑같은 그녀에게 고백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며칠에 걸친 데이트. 그 사이 혹여 얼굴이 바뀔세라 잠까지 자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밖에 없고, 오해를 넘어 연애를 시작하고, 두려움에 헤어지곤, 다시 재회한다는 이야기다.
한창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여러 모로 논란의 중심이었다. 여배우의 동생 파문도 그랬고, 뷰티인사이드가 아니라 뷰티아웃사이드더라 라는 이야기로. 마냥 '좋다'고 해도 볼까, 말까 망설여지는데 이런저런 말이 엇갈리다보니 쉽사리 보게 되질 않았다. 그러다 무료하고, 무료하고, 또 무료해서 '한번 보기나 하지 뭐'하는 심정으로 보기 시작했다. 영상미만 가득하고, 이야기는 어따 팔아먹을지 모를 거라 생각했던 이 영화는 이야기가 많았고, 감정선도 훌륭했고, 영상미마저 좋았다. 배우도, 음악도 진짜 분위기있고, 편안했다. 한효주가 정말 예뻤다.
'김우진'이라는 인물이 매일같이 얼굴이 바뀌는 역이라 등장하는 배우들도 많았다. 박서준, 이진욱, 유연석, 이동욱, 천우희, 우에노 주리, 박신혜 등. 확실히 사랑을 고백할 때, 지인들 앞에 등장할 때, 프러포즈를 할 때 큰일이 있을 때마다 잘생긴 배우들이 나와서 뷰티아웃사이드임을 알게 되었지만, 한꺼번에 이 많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이 영화가 가진 매력임을 거부할 순 없었다. 가장 따뜻한, 그러면서 서툰, 편안한 느낌의 김우진과 비슷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건 박서준이었던 것 같고, 이진욱은 되레 너무 잘생겼었다. 너무너무. 파티씬에선 정말 이진욱이 겁나 잘생겼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그래서 너무 튀었고, 유연석은 김우진이라는 인물보다 이별, 애절함 같은 분위기랑 잘어울렸다. 요즘 들어 더 익숙해졌거나, 혼자 호감을 가졌던 배우들도 보여서 반가웠다. <응답하라 1988>의 이동휘, <마을>의 김민재, <그녀는 예뻤다>의 신동미 정도.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울면서도 '이게 울 만한 장면인가?' 싶었지만 그냥 눈물이 났다. 계속해서. 내가 울고 싶었던 건지, 영화가 슬펐던 건지는 모르지만 감정을 뒤흔든 건 사실이다. 처음 눈물이 났던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을 못 알아볼 수도 있다는 두려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괴로움, 앞으로 어떤 시련이 생길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 그 후 헤어지고 나서 이수의 독백. "헤어지자 했을 때, 그때 나도 모르게 안도한 거 그 마음 들킬까봐"라는. 이게 벅찬 상대에게서 느끼는 가장 솔직한 감정이지 않나 싶었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나쁜 것 같고, 상대방이 먼저 알아서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 '어떻게 저럴 수 있어?'가 아니라 '저럴 수 있을 것 같다'는 공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자연스러웠다.
예쁜 가구도 많이 나오고, 예쁜 거리도 많이 나오고, 심지어 한효주의 옷마저 너무너무 예쁜. 너무나 내 스타일의 영화였다. 여럿이서 보기보다 혼자서 보면 더 좋은. 헤어지고 나서 사귀는 동안의 불안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게 더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닫고, 체코로 향하고, 다시 시작. 영화에서만 존재할 소재였고, 영화이니까 가능했던 아름다웠던 전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마음에 든다. 마지막에 체코의 카를교가 딱 비춰지는데, 여태껏 보아왔던 어떤 사진들보다 이 영상 하나로 체코가 마음에 새겨졌다. 체코가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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