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늦은 밤, 애니메이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보게 됐다. 주변에서 익히 들었던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기쁨이랑, 슬픔이가 나온다며 재잘재잘하던 지인들. 게다가 울컥해 눈물까지 보였다는 얘길 듣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섯 가지 감정 캐릭터가 나오는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게 크게 끌리진 않았다. 보고 싶은 영화가 딱히 없어 일단 봤는데, 처음부터 전개가 빨랐다. '라일리'라는 소녀가 태어났고, 이 소녀의 감정을 조절하는 다섯 캐릭터 기쁨, 슬픔, 까칠, 소심, 버럭이 등장한다. 이들은 라일리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내면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슬픔'의 실수로, '기쁨'과 '슬픔'은 다른 공간으로 떨어져 버린다. 이후 감정통제가 되질 않는 라일리를 되돌려놓기 위해 본부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것이다. 어려운 '뇌'와 '감정', '기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토록 쉽게, 재미있게 풀어내다니 놀라웠다. 가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았다. 기억나지 않는 나의 어린시절도 이랬을까.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온 12살 소녀 '라일리'. 이사한 집은 기대했던 삐까뻔쩍 새 집이 아니었고, 이삿짐은 뒤늦게 도착한단다. 더군다나 같이 하키를 하던 친구도 없다. 이런 가운데 새로 시작한 학교 생활. 수업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은 '라일리'에게 자기소개를 시키는데,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말문이 턱 막히고, 눈물까지 보인다. 첫 단추부터 완전 '망'해버린 '라일리'는 비뚤어지고, 가출을 감행한다. 설상가상 내면에 있던 '기쁨'과 '슬픔'이도 사라져 감정은 엉망진창. 어렵게 쌓은 추억들(우정, 하키..)마저 감정의 혼란으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무작정 버스에 타고 미네소타로 떠나는데, 그 순간 가족의 기억들이 떠오르고, 발길을 돌려 집에 온다. 혼날 것을 걱정하지만, 부모님은 그저 따뜻하게 맞아준다. 가족이니까. 전체 줄거리는 자칫 허무하지만, 12살 아이의 반항기에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간다. 낯선 곳에서의 적응, 말 못할 서운함,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알아가는 때. 눈물까진 몰라도, 가슴 언저리가 따뜻해진다.
'기쁨'이와 '슬픔'이 본부를 찾아가면서 만나는 인물. 바로 상상의 친구 '빙봉'이다. 어렸을 적 '라일리'가 만들어 낸 환상의 캐릭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빙봉을 찾는 일은 드물었고, 기억 속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한 차례(혹은 여러 차례) 영화 속에서 위기를 맞는 '기쁨'이는 빙봉 덕분에 탈출해서 본부로 찾아간다. 기억이 폐기되는 곳에 홀로 버려진 빙봉은 처음엔 소란스럽지만, 이내 잊혀짐을 받아들이고 사라진다. 생각해보면 가장 슬픈 장면. 내가 어렸을 때의 '빙봉'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건 번외지만,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를 대변하는 '라일리'는 '기쁨'이 핵심감정이고, 남자어른인 아빠는 '버럭', 여자어른인 '엄마'는 '슬픔'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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