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분위기》 : 문채원, 유연석

《그날의 분위기》 : 문채원, 유연석

 

 

부산행 KTX 옆자리에 앉은 남녀. 이때 남자가 하는 말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 '뭐 이런 사람이 있나'하고 여자는 기막혀하지만 뜨드미지근한 10년 연애를 흔드는 돌직구의 이 남자가 궁금하다. 처음엔 빨리 헤어지고 싶었지만, 한 인물로 인해 엮이면서 같이 점심을 먹고, 용궁사를, 농구장을 돌아다니면서 지켜본 이 남자는 나쁘지 않다. 여자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지금 남자에게 끌리는 이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다. 남자도 생각대로 자면 되는데, 머뭇거린다. 이 여자가 뭔가 싶다.  영화 <그날은 분위기>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뒤늦게 '꽃청춘'을 보고 반한, 유연석 때문에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개봉하고서 지인들에게 '영화보러 갈까?' 하고 숱하게 물었지만 안타깝게 모조리 거절당했던 영화였다. 그래서 결국 혼자서 봐버린. 영화 한 편을 주르륵 보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포스터를 대체 왜 그렇게 뽑았지?'였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땐 문채원 전작인 <오늘의 연애> 같은 통통 튀는 로맨틱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다. 그래서 다들 거절했던 것 같고. (혹은 예고편의 대뜸 처음 보는 여자에게 자자고 말하는 남자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낀 이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치만 단순한 발칙한 밀당으로만 이 영화를 치부해버리기엔 그 영상이, 음악이 너무 아까운 영화였다. 포스터는 확실히 이 영화 전체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의 연애>를 생각하고 봤으나 오히려 보는 동안엔, <멋진 하루>, <봄날은 간다> 같은 서정적인 분위기에 가까웠다. 확실히 멜로가 부각된 영화에 문채원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유연석을 보고 봤던 영화였는데, 그의 능글함과 적절한 젠틀함도 좋았지만, 문채원의 여성스러움이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원나잇'이라는 소재가 외국영화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문화랑 견주어보면 끌고 가기가 힘든 주제였던 것 같다. 사랑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돌아보면 영화처럼 이루어질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걸 생각하니 아름답게 영상을 보여주고, 음악을 틀어주고, 남녀가 눈빛을 교환해도 마음속이 찜찜함을 털어낼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조재윤이 등장해 김슬기에게 유연석이 작업걸던 장면을 똑같이 하는데, 여기선 뺨을 세게 맞는다. 이게 현실이다. '자자'고 들이대는 남자는 경찰서나 가야 하고, 철벽녀인 여자가 저렇게 스스럼없이 오픈할 리도 없는 거다. 그래서 영화 초반 문채원의 허술함은 이해되지 않는다. 다만 이외의 10년 연애의 느슨함과 결혼으로 귀결되지 않는 연애에 대한 30대 여자의 불안함은 제대로 표현됐고, 이해는 간다.

전체적으로 소재가 눈길을 끄는데, 소재가 발목을 잡는 그런 영화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