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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스포트라이트》 :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스포트라이트》 :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영화는 모름지기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기억도 안 나고 만달까? 그러던 중 요즘 볼만한 영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가 <스포트라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는 배우도 있고, 사회적 문제를 파헤친다는 게 괜찮겠다 싶었다. 예매를 해놨는데, 아카데미 상을 받았단다. 상을 받으면 일반 관객은 기대감이 커질 텐데 나는 뭔가 어렵고, 딱딱하고, 대사도 없고, 배우의 눈빛으로 극을 끌어나가는 건 아닐까 싶었다. 이 영화 과연 재밌을까 하고 오히려 기대감을 내려놨다.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보스턴의 한 신문사에 사건 하나를 끈덕지게 따라가는 스포트라이트 팀이 따로 있는데, 새로운 국장이 이 신문사에 새로 부임하면서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을 파헤치라고 주문한다. 이후, 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스포트라이트 팀은 충격적 사실에 맞닥뜨린다. 신과 가장 맞닿아있다고 생각했던 사제들이 천사의 탈을 쓰고, 아이들을 성추행해왔다는 것. 무려 보스턴에만 약 90명의 사제들이다. 교회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이들을 파면하기보단 죄를 감추기에 급급하며, 권력으로 법망을 빠져나갈 뿐이다. 사람들이 가장 믿고 따르는 그들이 저지른 흉악한 범죄를 온갖 장벽에도 결국 세상에 터트리고, 이들은 퓰리처 상을 받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난 영화는 <도가니>였다. 교사가 아이드을 성추행한 사건을 고발한 영화였는데, 소재가 비슷해서 생각이 났다. 도가니의 경우, 실제 아이들을 추행하는 장면을 좀 더 끔찍하고, 리얼하게 찍은 반면,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하나도 없다. 자극적인 장면이 없는데도 이렇게 긴장감을 주면서, 지루함은 느낄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데에 놀랐다. 게다가 소재에 비해 화면도 밝다. 소재 탓에 우중충하진 않으려나 싶었는데 전-혀. 그래서 연출의 힘이 무엇이구나를 더 느꼈다. 무리하지 않고, 담담하게 사건의 진실을 위해 애쓰는 기자들의 노고를 들여다볼 수 있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대사는, 뒤늦게 사건을 파헤치고 진실에 닿은 기자에게 한 변호사가 하는 말. "그러는 넌 어디에 있었어"라는 말. 권력에 의해 윤리를 저버릴 때, 힘이 돼줄 언론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다그쳤던 그 장면. 별 장면 아니었는데도 노년의 옥신각신이 꽤나 뭉클했다.  

이 영화가 또 좋았던 게 익숙한 배우들을 가지고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줬다는 것. 로코에서 보아왔던 레이첼 맥아담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특히 마크 러팔로가 그랬다. <비긴어게인>의 그 모습은 생각이 나지 않았고, 오로지 기자만 남았다.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이렇게 멋있었나 하고 다시 봤다! 

 

<스포트라이트>가 너무 괜찮아서 회사 사람들에게 봤냐고 물어봤는데, 본 사람들은 다들 엄지손가락 추켜세우며, 잘 만들었다고 칭찬했을 정도의 영화. 입소문은 별로 안 나는 모양새지만, 그런 가운데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사실이 만족스러운 영화. 너무 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