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 라이언 레이놀즈, 모레나 바카린
영화가 보고 싶었으나 볼 영화가 없던 중, 그나마 끌렸던 영화였다. 마블 만화에 대해선 쥐뿔도 모르는데, 마블의 히어로 캐릭터 중 하나인가보다 하며 봤다. B급 영화라는 얘길 듣고 보러 갔는데 '오, 이런 B급이 있다면 더 볼 수도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영화는 오프닝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까지 봤던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배우 및 스태프 소개였다. 본 지 좀 되어 멘트까진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지만, 감독 소개엔 '처음 찍는 감독에게 이렇게 투자를 하다니 투자자들이 미쳤군' 하는 등의 유머가 흘러넘쳤다.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주인공이 등장한다. 영웅이 아니라고 자처하는 악당 '데드풀'이다. 그에겐 사랑하는 여자(바네사!)가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암에 걸린다. 이후, 이상한 놈들이 몸을 낫게 해주겠다고 유혹하자, 자신 때문에 고생길 훤한 여자를 떠나, 이상한 실험에 참여한다. 실험은 성공해 불사의 힘을 얻지만, 출중했던 얼굴은 끔찍하게 변한다. 목숨은 구했지만 바네사 앞에 나설 수 없자 그때부터 자신의 얼굴을 이렇게 만든 놈을 찾아 복수하겠다고 휘젓고 다니는 게 데드풀이다. 약자 빼고 자신을 방해하는 놈들은 죽어도 마땅할 정도로, 정의감에 막 불타오르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나저나 복수도 복수지만, 같은 여자가 봐도 바네사는 끝장나게 예쁘고, 멋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나는 또 다른 영화는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이 처음 나왔을 때 '내가 아이언맨이다!'를 외치는 그를 보면서 이런 히어로가 있다니 놀라웠는데, 데드풀은 한발 더 나간 캐릭터다. 좀 더 반항적이고, 좀 더 예측불가하다. 19금 농담도 서슴없이 하는 유쾌한 놈이다. 그러면서도 목소리가 진짜 백만불짜리. 영화를 보고서 외모가 아닌 목소리에 반한 캐릭터는 처음이지 싶다. 간간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봐온 배우였지만, 매력을 느낀 건 처음이다. 그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에게 <저스트 프렌드>의 무매력 뚱뚱이에 불과했었다. 이제서야 다들 왜 라이언 레이놀즈를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캐릭터의 매력은 정말 한껏 높은데, 스토리는 약간 갈수록 힘이 부치는 모양새였다. 재밌는데, 은근히 중간 과거 회상 부분은 졸음이 쏟아졌다. 영화가 문제인지, 내가 문제인지 혼란스러웠던 순간이었다. 제작비도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 택도 없었다는 게 느껴졌다. 같이 싸우러 가는 게 고작 셋, 악당은 고작 하나. 그래도 그나마 복수할 때 다시 잠을 깨고 몰입하게 만들었는데, 복수를 당하는 캐릭터의 개연성이 허술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놀리는 재미가 있어서 괴롭힌다는 건 좀. 영화를 보고 시간이 흘러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사랑하는 여자가 쓰러지는 순간에 급 생뚱맞은 음악과 함께,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한 것. 감독이 제정신이 아니네 싶으면서 제정신이 아니라서 좋은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데드풀>은 not bad. 이걸 다시 보고 싶냐 하면 '아니'지만, 다음 걸 보고 싶냐 물으면 '그렇다'고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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