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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목소리의 형태》 :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목소리의 형태》 :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언젠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지나가듯 보게 된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일본,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히트한 <너의 이름은>과 비교되면서 같이 회자되곤 했다. 시공을 넘나드는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너의 이름은>이었다면, <목소리의 형태>는 어렸을 적 귀가 들리지 않는 여주와 그녀를 괴롭히다 오히려 외톨이가 된 남학생의 재회를 그렸다. 고등학생 신분의 남녀가 나온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겠으나, 영화를 보면서는 전혀 다른 내용임을 실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아서 인지 <너의 이름은>보다 더 울컥했다. 



초등학생 시절, 남자주인공 쇼야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따분한 걸 싫어하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귀가 들리지 않는 여학생 쇼코가 전학을 오게 되고, 그에겐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 그는 쇼코의 노트에 심한 말을 쓴다거나, 보청기를 빼내거나, 놀이터에서 기분이 나쁘다며 손에 흙을 쥐고서 던져버린다거나 아이들과 함께 짓궂은 장난을 쳐버린다. 그래도 언제나 생글생글 웃던 쇼코. 하지만 장난이 심해질 무렵, 그녀의 어머니는 이지메를 당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학교에선 주동자로 쇼야가 지목된다. 괴롭힘에 견디지 못하고 쇼코는 전학을 가버리고, 쇼야는 그 죄로, 외톨이가 되어버린다. 그후로 6년.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쇼야는 죽기 전 쇼코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려고 찾아가고, 이는 이들의 운명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가벼운 청춘물이라 생각했던 이 영화는 은근히 전하는 메시지가 깊다. 이지메가 얼마나 한 사람의 일생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지 온전히 보여준다. 어렸을 적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던 쇼코나 주동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한 쇼야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상처는 여전하다. 특히 친구들이 모두 등을 돌리고, 외톨이가 되어버린 쇼야는, 이후 동급생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에겐 그저 표정 없이 X자로 가려진 무명의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 다가오는 사람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날카롭게 날을 세워서 되려 상처를 주고 만다. 



두 남녀 주인공 쇼코와 쇼야를 통해, 이지메의 폐해를 그려냈다면, 주변인들의 행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침묵함으로써 괴롭힘에 동참했던 한 여학생은 자신의 죄를 없애려, 오히려 쇼야의 죄를 더 크게 부각하고, 또 하나는 그 상황을 피해버린다. 한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데에 누구든 죄가 없을까. 긴 시간 주눅든 쇼야의 모습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자신의 죄를 잊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던 그 모습도.   

한없이 밝을 것 같았던 이야기가 이지메, 자살, 친구로 주제가 깊어지면서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는데, 원작이 따로 있었다. 원작을 읽은 이들은 어느 캐릭터는 과하다 했고, 가해자를 너무 쉽게 용서해주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고 했다. 원작을 읽지 않았던 내게는 나쁘지 않은, 꽤 잘 만든 영화다 싶었는데, 역시나 원작을 전부 읽었던 팬들에겐 부족했던가 보다. 원작을 읽을 기회가 생기면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썩 좋아하지 않는 그림체는 조금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