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국가 부도의 날> 이후 한 달만에 본 영화 <완벽한 타인>. 막장이라는 소리가 하도 많아서 자연스레 제껴버렸던 영화였지만, 알고 보니 유해진, 이서진, 조진중,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지수)의 쟁쟁한 라인업이었다. 극중 쓰레기로 등장하는 이서진의 욕이 매우 어색하며, 염정아랑 유해진은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평, 김지수의 음주 논란 등 말 많은 영화다 싶었지만, <아쿠아맨>, <마약왕> 같은 영화들보단 이쪽이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500만도 넘어버린 이 늦은 시점에, 크리스마스 영화로 요걸 골랐다.
<완벽한 타인>은 조진웅-김지수 부부의 집들이로, 오랜 친구들을 초대해 무시무시한 게임을 벌이면서 서로의 감추고픈 이면이 드러나는 영화다. 그 무시무시한 게임이란, 지금부터 연락이 오는 문자, 전화를 모두에게 전부 공개하는 것. 모두 찜찜한 구석이 있지만, 분위기상 하지 말자고 거부하면 더 이상해지는 상황이라 참여하고, 영화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된다. 불륜, 동성애, 자잘한 57세 키티 같은.
그래서 누군가는 "2시간 동안 가정 파탄 나는 것만 봤다"거나 "동성애를 웃음코드로 쓰고, 불륜을 당연하다는 듯 숨겨주는 남자 우정"이라고 비판했지만, 나는 단순히 '막장'으로 치부해버리기엔 대사 하나하나가 송곳 같고, 호러보다 더 무서운 현실 같아서 볼만했다. 한국의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웃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단연 웃길 때 확실히 웃겨주고, 생각해보면 오싹하고, 여운이 긴 제대로 된 블랙코미디였다.
<완벽한 타인>은 2시간 동안 가정이 파탄 나는 것이 중점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 사이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동성애도 웃음보다는 이해에 더 코드가 맞춰져 있다고 본다. "2시간 동안 게이로 있어봤더니 못해먹겠다"라는 유해진의 대사가 그것이 아닐까. 불륜을 숨겨주는 게 남자라는 비아냥으로 끝내기엔, 그럼 여자들끼리의 기싸움이나, 같이 불륜을 저지른 여자 김지수는 괜찮은 건가?
이 영화를 보면서 한정된 공간, 한정된 배우들이 115분을 이렇게 끌어간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거기다 되게 신선한 조합이라서 더 좋았다. 아무래도 비중도 높고, 캐릭터가 캐릭터인지라 유해진과 염정아가 굉장히 돋보였다. 진짜 유해진이 아니면 누가 저렇게 살릴까 싶었고, 염정아는 자연스러운 감정, 자연스레 나이든 얼굴(과하게 예뻐보이려 하지 않아서)이 특히 좋더라.
여기에 의외의 인물, 윤경호라는 배우는 처음 보는데, 이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하나도 꿀리지 않고, 오히려 장면마다 시선강탈이라 '누구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엄청난 배우의 등장이라는 느낌.
배우들은 물론, 음악 존재감 쩔었고(이서진 폰), 대사 너무 찰져서 올해 본 영화 중 주관적 순위로 TOP에 들 만하다. 깨알 같은 조정석, 이순재, 라미란도 잔재미. 성인남녀 누구나 공감할 만한 괜찮은 영화의 발견이다 싶다. 최고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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