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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PMC: 더 벙커 - 하정우, 이선균, 제니퍼 엘

PMC: 더 벙커 - 하정우, 이선균, 제니퍼 엘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데, 티켓이 생겨서 개봉하자마자 <더 벙커>를 보고 왔다. 영화 제목이 확 끌리지 않아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하정우, 이선균 두 배우가 주연이란 걸 알고 호기심이 생겼던 영화였다. 알고 보니 이 영화는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만든 것. 한정된 공간 속에서 테러의 긴박감을 담아냈던 것처럼, 이번 영화도 벙커라는 한정된 공간, 의족을 차서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속의 긴박감으로 관객을 조여온다. 대단한 액션이 있진 않지만, 장비발(?)과 순간순간 발생하는 일(동료의 배신, 의족의 고장, 벙커의 붕괴 등)이 극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평소 영화 줄거리를 잘 읽지 않고 가는 편이라 좀 당황한 게 하정우는 미국 용병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이선균은 북한 의사라는 설정이었다. 남북한 측이 등장해 전하는 메시지는 항상 '뜨거운 우정'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웠다(노골적인 반미, 친북). 그런데 비슷한 류의 영화들 유해진, 현빈의 <공조>, 황정민, 이성민의 <공작>, 정우성, 곽도원의 <강철비>보다 그 둘의 우정이 좀 생뚱맞게 느껴진다는 게 문제. 교감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켜낼 때 '둘이 갑자기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클라이맥스였던 낙하산 장면이 지루하게 느껴졌을 뿐이다(실제로도 쓸데 없이 길었음).  



영화를 볼 땐 실감하지 못했는데, <더 벙커> 리뷰를 쓰려다 보니 이 영화 전체는 정말 하정우와 이선균이 두 탑이 완전히 이끌어간 영화라는 것을 깨달았다(한국 배우들이 없네?). 2시간 동안 그렇게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이 부분은 인정. 특히 하정우의 고통스러운 연기는 굉장히 놀라워서 굳이 전작의 답습이라는 느낌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감독이 다시 이 배우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영어와 이선균의 북한말은 좀 아쉬웠던 부분. 말이 낯선 것도 있는데, 음향도 커서 가끔 배우들의 대사가 소리에 묻히기도. 


그래서 결론은 배우들의 연기와 극한 설정 등은 나쁘지 않았으나, <더 테러 라이브> 때의 만큼의 재미는 없었다는 것. 지난번 <완벽한 타인>을 보고서 "너무 재밌다!"라는 말이 단번에 나왔던 거랑 다르게, 이 영화를 보고선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첫마디가 "이 영화의 메시지는 뭐지..?"였던 듯. 개인적으론 좀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