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 -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 이성민, 염정아
영화를 볼 의지는 있는데,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없었던 1월(최근 계속 끌리는 영화가 너무 없는 것 같음ㅠㅠㅠ). 겨우 말쯤에야 하나 궁금한 영화가 생겼는데, 그게 바로 <뺑반>. 예전에 '방구석 1열'이란 프로그램을 보던 중 샤이니 키가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이야기했던 데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출연자들을 살펴보니 공효진, 조정석, 류준열, 염정아 등. 배우가 쟁쟁해서 이 영화는 좀 스케일이 크겠구나, 하고 개봉하자마자 얼른 예매했다(보통은 관람객의 리뷰를 보고 난 다음, 극장에 가는 편인데 이건 얼마나 기다렸는지 일단 예매부터 했음).
영화 제목인 <뺑반>은, '뺑소니 전담반'의 줄임말. 경찰 내 내사과에 소속돼 있던 은시연(공효진), 윤과장(염정아)는 악명 높은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해 갖은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강압 수사라는 명목으로 은시연은 뺑반으로 전출. 이후 첫 출근한 부서엔 팀장이 혼자 서류에 풀칠을 하는 너무 소박한 팀이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왔나 하고 현타가 막 올 무렵, 뺑소니 사건이 발생하고, 거기서 같은 팀 서민재(류준열)를 만나게 된다. 형식을 무시하는 수사 스타일에 치를 떨지만, '차'에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에이스 순경.
부서는 '뺑반'으로 옮겨졌지만, 쫓고 있던 정재철을 그대로 쫓기로 한 은시연은 검사=정보원(손석구)과 정재철이 주최한 파티에 참가한다. 한편 그곳에서 뺑소니범을 쫓다가 파티까지 오게 된 서민재와 마주친다. 정재철의 혐의를 하나 더 얻게 된 시연은 정재철을 잡아들일 계획을 세우는데, "정재철 체포" 목적이 같아진 두 사람은 점차 서로 협력해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배우들에 비해선 스토리는 살짝 약했다 싶다. 오락영화로서 어느 정도 재미는 있었지만, 이게 최선인가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는 공효진, 조정석이 다 하겠지 싶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주인공은 '류준열'. 류준열 하나를 위해서 온 배우들이 받쳐주는 그런 느낌이 됐다. 그런 만큼 서민재(류준열) 캐릭터는 단연 어떤 캐릭터보다 돋보였고,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인물이었지만 어쩐지 아쉬운 느낌이 계속 들었다.
공효진은 무난한, 강단 있고, 정의로운 캐릭터였던 것 같고, 조정석은 세상에 둘도 없는 사이코 악역이었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분명 틱 장애도 어설프지 않게 살렸고, 연기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그다지 악역 같지 않은.. '야 나두' 광고랑 <건축한개론>의 납득이가 자꾸 생각이 났다. 염정아는 여느 때와 같이 멋있는 느낌이 났지만, <완벽한 타인>, <스카이캐슬> 때와는 달리 임팩트는 별로 크게 없었다.
그와 다르게 의외로 돋보였던 배우는 손석구, 전혜진, 이성민이다. 이 셋의 경우는 출연하는 줄도 몰랐다가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됐는데, 연기도 자연스럽고, 자신이 나오는 씬이 몇 장면 없어도 그때마다 잘 살려낸 것 같다. 전혜진의 경우 첫 등장부터 동기인 염정아에게 "너 구린 거"라고 할 때 멋있었고(당찬 연기 최고..), 손석구는 공효진 정보원으로서 듬직+허당 연기를 잘 해낸 것 같다(드라마 <최고의 이혼>에 나왔던 걸로 아는데, 그때보다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듯 싶다).
이성민 역시 이 배우를 이 정도만 써도 되나 싶게 많이 등장한 것 같진 않은데, 류준열 아버지로서 폭풍감동 제대로 심어주고 나간 것 같다. 차에 갇혀서 "빨리도 오네"였던가. 그때의 짠함 때문에 이 영화에서 류준열이 변해가는 것에 개연성이 생긴 것 같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다시 실감.
영화 자체로는 악역과의 대결이 별로 긴장감 있지 않았고, 스토리도 너무 영화적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조금 신선한 맛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나마 인정하는 건 레이스씬. 일단 배경이 아름답게 찍힌 장면이 많았고,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화려한 레이스씬이랄까. 이런 걸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보면서 속도감도 느끼고, 차 구경하는 맛도 있어서 그건 좋드라. 나머진 그냥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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