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의 날 - 김혜수, 조우진, 허준호, 유아인
내가 쓰는 LG요금제는 월 1회 무료로 영화를 예매할 수 있다. 그래서 다달이 신작 한 편씩은 보고 있었는데, 11월은 정말이지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 <완벽한 타인>과 <보헤미안 랩소디>를 봐야 하는 걸까, 하고 며칠 생각했지만 바로 예매를 하고, 극장에 갈 만큼 끌리는 것은 아니었다. 듣기론 전자는 막장이라 했고, 후자는 꽤 평이 좋았으나 개인적으로 음악 영화를 선호하진 않는 터라 망설여졌다. 그러다 11월이 끝날 무렵, 영화가 하나 개봉했으니 <국가 부도의 날>이다. 유아인이 나온다 하여 고민했는데, 김혜수가 나온다는 말에 '이거다' 싶었다. 결과는 대만족.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은 1997년 IMF가 일어나기 직전 비상대책팀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창 경제 호황이던 시기, 경제 위기를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가 주인공. 그녀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재정국 차관(조우진) 등 대책팀과의 이견, 거듭된 훼방으로 IMF를 막지 못하고 좌절한다.
한편 같은 시기 경제 위기를 예견한 이가 있었으니,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이다. 그는 순식간에 원화가치는 급락할 것이며, 그럼에도 국가는 국민을 계속해서 속여 나갈 것이라 예측한다. 그의 예상은 적중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혼란스럽고, 씁쓸하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사장 갑수(허준호)도 또 다른 중심인물이다. 그저 성실히 일하며, 가족과의 행복만 바랐던 그는 어음 계약을 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친했던 거래처 사장이 자살하고, 절친은 구속되고, 자신에게 남은 건 암담한 빚…. 그 악몽 같았던 국가 부도의 날, 이후 20년. 반복되는 위기를 암시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국가 부도의 날>은 시작부터 급박한 상황이 펼쳐지고, 매끄럽게 결말을 향해간다. 주인공 한시현이 원했던 대로 IMF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 과정들을 통해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눈을 떠라, 속지 마라, 지켜보아라". 그렇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선을 지킨다. 그래서 이 영화는 똑똑하다. (영화의 재미와 별개로,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욕이 차오른다)
배우들 캐스팅도 어쩜 이렇게 잘했는지, 배우들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기분이 들어서 아주 볼맛이 난다. 그중 김혜수는 정말 너무 멋졌고(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멋짐), 조우진은 정말.. 이 영화 본 사람 다 공감했겠지만, 연기의 신이다. 어떤 캐릭터든 찰지게 소화함. 발음은 또 왜 그렇게 좋은지, 너무 잘 들리는 깔끔한 말투로 조곤조곤 밉살맞은 대사를 하니까 장난없다. 여기다 생각지도 못했던 류덕환이 나와줘서 더 좋았다. 분량은 미미했지만, 존재감은 진짜 어쩔 수가 없는 듯. 빛이 난다, 빛이 나. 이들 말고도 여기저기 인지도 높은 주조연들 많이 나와서, '저 사람도 나와?' 하면서 본 것 같다. 여운도 길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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