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 조승우, 지성, 문채원, 유재명

《명당》 - 조승우, 지성, 문채원, 유재명

최근 입소문으로 흥행한 <서치>는 기대보다 못했다. 영화는 보고 싶고, 볼 영화는 없고…. 이런 상황에 뒤를 이어 추석 대목에 개봉한 영화가 <안시성>, <명당>, <협상>이다. 세 영화 다 배우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쟁쟁한 캐스팅이고, 소재도 나름 구미가 당기고, 영화 규모도 비슷한 것 같아 볼 게 많겠구만, 했는데 관람객이나 언론평이 거의 '안 봐도 된다' 수준의 평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셋 다 포기했을 테지만, 추석인데 그냥 보내긴 아까워서 <명당>을 봤다. 지루함은 이미 각오한 상태라, 제발 너무 심각하지만 말아라 하고 바라서인가. 후반부로 갈수록 엉성해지는 스토리 전개를 뺀다면 그럭저럭 볼만한 오락영화는 된다. 그니까 생각보다 나은데? 싶다. 

<명당>은 <관상>, <궁합>에 이은 3부작 완결판으로 알려져 있다. 전작 2개를 보지 않아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평을 보아하니 "궁합보다는 낫고, 관상보다는 못하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명당>의 줄거리는 이렇다. 땅의 기운을 점치는 지관 박재상(조승우)은 김씨 가문이 마련한 왕의 묫자리를 흉지라 고하는 바람에 처와 자식을 잃는다. 이후 13년 동안 복수를 꿈꾸며 구용식(유재명)과 방방곡곡을 지운을 익히고 돌아다닌다. 그러다 그의 재상 앞에 나타난 '상갓집 개'로 불리는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과 그를 돕는 기생 초선(문채원)이 나타난다. 이들은 명당으로 왕의 권력을 빼앗고, 나라를 지배하려는 김씨 가문의 부자(父子),  김좌근(백윤식)과 김병기(김성균)를 몰아내고자 한다. 그러는 사이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의 명당의 존재를 모두가 알게 되고, 연이은 죽음과 대립이 이들을 휩쓸고 지나가는데…. 

<명당>을 보러 가긴 했지만, 사실 극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 조승우, 지성이 나오는 것 말고는 누가 나오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유재명, 문채원, 백윤식, 김성균 등 알만한 배우들이 연이어 스크린에 나오고, '생각보다 초호화캐스팅인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초반부는 전개도 나쁘지 않고, 연기로는 한 가닥 하는 배우들이라 그런지 각각의 캐릭터에 금방 스며들 수 있게 만든다. 정적인 캐릭터지만 존재감 확실한 조승우를 비롯해, 후반부 광기어린 연기를 보여준 지성, 사극에서 강한 문채원, 노장 카리스마 백윤식에, '응답하라' 시리즈의 감초들 김성균, 유재명까지 전부 좋았다.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왕만 빼고. 

초중반까지는 인물관계도 자연스럽고, '명당'이라는 소재에 대한 재미도 확실하게 줘서 재밌었다. '명당보기 싫다'고 그렇게 우겼는데, 재밌어서 머쓱한 기분까지 들었다. 헌데 제작비가 없었는지, 망국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건지 군사들이 너무 적은 것도 약간 아쉬웠던 부분. 여기에 후반부 대립이 시작되고부터 흥선의 감춰진 욕망이라든가, 아버지를 죽이고 너무 쉽게 물러나는 김병기나, 뜬금포로 나와 우스꽝스럽게 엮은 신흥무관학교는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평을 듣기엔 좀 가혹하단 생각이 든다. 

소재가 충분히 재밌어서 돈이 아깝단 생각까진 들지 않았던 영화. 140만 넘었던데, 이왕이면 망까지는 안 됐으면. '비숲' 조승우랑 유재명 콤비 좋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