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 아베 히로시, 마츠시마 나나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속 주인공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가가 교이치로'다. 인간미 넘치고, 검도도 잘하고, 사건 해결엔 상당한 능력을 지닌 형사. 그 가가 교이치로를 주인공으로 한 <신참자>는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때 드라마를 괜찮게 봤는데, 극장판 <기도의 막이 내릴 때(祈りの幕が下りる時)>도 나왔다는 얘길 듣고 궁금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주연은 계속해서 친근한 아베 히로시가 맡았다.
영화를 보기 전, 지루하다는 평이 눈에 띄어서 '실패한 영화'인가 싶었다. 원작이 뛰어나도 못 살리는 경우는 많으니까.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가, 중후반 눈물샘이 폭발했다. 그야말로 안타까운 '부성애'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사채꾼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신분을 숨긴 이후에도, 살인을 한 이후에도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딸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런 아버지를 제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는 딸. 그녀가 힘껏 아버지의 목을 조르면서 하는 말은 "지금까지 고마웠어(今までありがとう)"인데, 그 말을 하는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번외로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 이제 아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가가 형사의 아버지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괜찮았던 건 일본 영화를 지배하는 특유의 오버가 없기 때문이다(있다면 수사본부 쪽 윗사람 정도). 줄거리 역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개의 사건이 맞물려 하나의 커다란 진실을 만들어내는 구조라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 <용의자 x의 헌신>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영화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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