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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기도의 막이 내릴 때》 - 아베 히로시, 마츠시마 나나코

기도의 막이 내릴 때 - 아베 히로시, 마츠시마 나나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속 주인공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가가 교이치로'다. 인간미 넘치고, 검도도 잘하고, 사건 해결엔 상당한 능력을 지닌 형사. 그 가가 교이치로를 주인공으로 한 <신참자>는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때 드라마를 괜찮게 봤는데, 극장판 <기도의 막이 내릴 때(祈りの幕が下りる時)>도 나왔다는 얘길 듣고 궁금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주연은 계속해서 친근한 아베 히로시가 맡았다. 



이번 <기도의 막이 내릴 때>에선 가가 형사가 닌교초에 오게 된 이유를 그린다. 
가가는 아버지와 자신을 남겨두고 집을 나간 어머니가 쓸쓸한 죽음에 이르고, 그녀에게 연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연인을 찾으려 하지만 신원미상에 행방까지 묘연하다. 그러는 동안 도쿄에는 10일이 지난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된다. 그 시체가 가가의 어머니와 사귀었던 인물이며,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여성을 살해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 그는 왜 살인을 했는가, 본인은 왜 교살되어 불에 타 죽었는가, 그를 죽인 건 누구인가. 
(스포) 의문을 품은 가가는 오시타니와 동창이었던 '아사이 히로미'라는 인물에 주목한다. 접점이 없어보였던 그녀와 신원 미상의 시체가 실은 부녀 사이는 아닐까 의심한다. 그리고 드러난 비밀. 신분을 세탁한 자신들을 알아챈 사람들을 몰래 히로미 아버지가 살해했고, 수사망이 좁혀 올 것을 아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딸이 아버지를 목을 졸라 죽인 것. 이를 연극 연출가인 히로미가 자신이 연출한 극의 막이 내릴 때까지 가가에게 담담히 고백하는 형태로 끝을 맺는다.
 


영화를 보기 전, 지루하다는 평이 눈에 띄어서 '실패한 영화'인가 싶었다. 원작이 뛰어나도 못 살리는 경우는 많으니까.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가, 중후반 눈물샘이 폭발했다. 그야말로 안타까운 '부성애'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사채꾼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신분을 숨긴 이후에도, 살인을 한 이후에도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딸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런 아버지를 제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는 딸. 그녀가 힘껏 아버지의 목을 조르면서 하는 말은 "지금까지 고마웠어(今までありがとう)"인데, 그 말을 하는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번외로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 이제 아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가가 형사의 아버지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괜찮았던 건 일본 영화를 지배하는 특유의 오버가 없기 때문이다(있다면 수사본부 쪽 윗사람 정도). 줄거리 역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개의 사건이 맞물려 하나의 커다란 진실을 만들어내는 구조라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 <용의자 x의 헌신>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영화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