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신참자 《기린의 날개》 - 아베 히로시, 아라가키 유이, 미조바타 준페이
최근 신참자 완결판이라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라는 영화를 봤다. 큰 기대를 안 하고 봤었는데, 보다가 눈물을 쏟았고,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애정이 다시 솟았다. 그래서 이전에 사다 둔 『기린의 날개』를 꺼내서 읽고, 그 기분을 이어나가려고 내친김에 <기린의 날개> 영화까지 보았다. 영화는 꽤 오래되어 2011년 작이다. 아베 히로시와 미조바타 준페이는 어련히 나오겠거니 했었는데, 아라가키 유이, 쿠로키 메이사, 스다 마사키, 마츠시케 유타카 같은 눈에 익은 배우들도 나온다.
<기린의 날개>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밤, 도쿄 한복판 니혼바시 다리 기린 상 근처에서 중년 남성이 칼에 찔린 채 순경에게 발견된다. 주변을 탐문하던 경찰에게 한 남자가 눈에 띄고, 왠지 당황한 그는 도주하다가 트럭에 치여 그만 혼수상태에 빠진다. 경시청에선 그의 범죄를 확신하는 가운데, '칼에 찔린 남성이 왜 파출소를 지나쳐, 기린 상까지 걸어갔는가'에 집중해 가가와 마쓰미야는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다. 비밀 끝에 그들이 마주한 것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메시지.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으나 반면에 <기린의 날개>는 생각보다 감동이 약했다. 영화가 오래된 탓도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이미 원작을 읽었기 때문인 듯하다. 러닝타임이 한정돼 있으니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원작에 얽혀 있는 사소한 사건들이 너무 급하게 다뤄지는 느낌이었고, 인물의 입장도 조금씩 달라져 매력도나 감동이 덜했다. 보는 내내 '원작은 이랬는데, 이건..' 하는 생각으로 꽉 차서 아쉬웠다.
원작에서 나름 비중있게 다뤄졌던 '산재 은폐' 사건도 흐지부지 흘러갔고, 가가와 가오리가 거리를 걸으며 나누는 대화도 큰 의미없이 소비됐다. 이어서 원작의 가오리는 아이를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데, 영화 쪽은 생활고 때문에 고민하는 측면이 더 부각된다. 아무래도 원작이 좀 더 깊이 있는 느낌인데,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아쉬웠을까 싶기도 하다. 기본 스토리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되지만, 딱히 임팩트가 크지는 않은 별 셋 정도의 평범한 영화다.
이건 다른 얘긴데, 감독과 각본가가 흥미로웠다. 감독인 도이 노부히로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와 <중쇄를 찍자>에도 참여했다. 어쩐지 익숙한 배우들이 많더라니. 각본가인 사쿠라이 다케하루는 <명탐정 코난 : 제로의 집행인>, <명탐정 코난 : 화염의 해바라기>의 각본을 맡았다고 한다. 코난은 좋아하지만, 이 두 편은 띵작이라고 할 수 없긴 하지만 반갑다. 좋아하는 작품들과 연계된 두 사람이 <기린의 날개>를 만들었다고 하니 영화가 새삼 다르게 보인 것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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