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Venom) -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리즈 아메드

베놈(Venom) -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리즈 아메드

오랜만에 영화가 보고 싶어서 극장에. 기대했던 영화들이 줄줄이 재미가 없어서 힘들었는데, 그나마 재밌어 보이는 것 발견! <베놈>이었다. 누가 출연하는지는 몰랐지만 나름 개봉 순위 1위에, 평점도 고만고만, 마블인지 소니인지가 제작했으니 돈도 적당히 들였을 거고, 좋아하는 만화였던 <기생수>의 할리우드 버전이라는 것에 그냥 볼만하겠다 싶었다. 별 고민 없이 고른 영화여서 그랬는지, 최근에 봤던 영화들이 많이 약했던 건지 남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지만, 재밌게만 봤다. 

일단 일본 만화 원작이었던 '기생수'처럼 외계 생물체인 '심비오트' 역시 인간의 몸에 기생해 생명을 유지하는 캐릭터다. 거대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려다 해고 당한 열혈 기자 톰 하디(에디 브록)의 몸에 심비오트가 들어가고, 이후 나름의 공생 관계를 구축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베놈'으로 거듭난다는 설정도 엇비슷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외계 생물체에 씌였어도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을 이해할 수 있나 싶긴 한데, 영화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아주 가볍게 넘어간다. 심지어 구여친이었던 미셸 윌리엄스(앤 웨잉)에게도 심비오트가 잠시 옮겨 갔을 때에도, 톰 하디와 미셸 윌리엄스는 둘이 똑같은 경험을 했다며 공감하는 하면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세상에. 

그런 억지 설정을 가볍게 무시할 수만 있다면 영화는 꽤 재밌다. 말도 없이 몇 분을 날로 먹는 액션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도 지루하지 않게, 깔끔하게 볼 수 있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탄생 과정도 무리 없이 따라갈 만하고, 군데군데 마블 영화에서 익히 본 웃음 포인트도 많아 괜찮은 오락영화다. 물론 악역이었던 리즈 아메드(칼튼 드레이크 박사)는 대등한 대결을 펼치기엔 좀 역량이 딸리는 캐릭터였고, 승부도 너무 싱겁게 끝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걸 다 떠나서 할리우드 톰 하디와 미셸 윌리엄스 배우 둘 다 좋았다. 먼저 여주였던 미셸 윌리엄스는 <아이 필 프리티>라는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그때랑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얼굴이 되게 신선한 느낌이다. 젊었을 적 기네스 팰트로랑 살짝 비슷한 것도 같다. 영화를 잘 보지 않아서 그런지 톰 하디라는 배우는 이름만 들어봤지, 얼굴이랑 매치해 본 건 처음이었는데 세상에 너무 잘생긴 거. 배우가 멋져서 즐겁기는 아주 오랜만인 듯했다.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