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넷플릭스

세상의 유행하는 것들은 안 따라갈 것처럼 하더니, 기어코 결국엔 하고 만다. 무제한 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최후의 보루였다. 공짜로 TV로 볼 수 있는 걸 굳이 돈을 주고 봐야 한다고? 아무리 인기라도 안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넷플릭스’ 하더라. 그 플랫폼의 시스템과 사용법을 모르는 내가 어쩐지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었다. 결국 1개월 무료체험에 굴복했고, 넷플릭스는 그 편리함으로 (당연하게도)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1개월이 끝나자마자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고, 돈이 아까워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몇 배로 영화며 드라마며 소비하고 있다.

 

취향에 맞춰 영상을 추천해주고, 각국의 영화를 무제한으로 보는 넷플릭스는 나의 문화적 소양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서 제공하는 어떤 영화들은 직접 특정 상황을 시청자가 선택해 다르게 전개되는 스토리를 즐긴다거나, 기존 영화의 틀을 벗어나 극장 상영을 아예 배제해 시장성을 가늠할 수 없는 참신한 주제를 시도한다거나 하는 재미도 있다. 넷플릭스는 정말 너무 매력적인 거다.

 

그런데 본전을 뽑겠다고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영상을 보려고 애쓰는 나를 (정신 차리고) 볼 때면 이게 정말 내 삶을 더 낫게 만든 게 분명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게 없었어도 그동안 잘만 살았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영화도, 드라마도, 책도 봤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게 정말 내 삶을 낫게 만든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만든 건 넷플릭스만은 아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스마트폰, 아이패드, 에어팟, 유튜브, 인스타그램, 무인시스템. 이런 게 없었어도 나는 잘 살았을 것이고, 좀 더 심플하게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괜히 이런 것이 생겨서 안 하자니 도태되는 것 같고, 하자니 가랑이 찢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의문 속에도 넷플릭스 리스트를 매의 눈으로 살피는 오늘의 내가 있다.

 

과연 오늘은 무엇을 볼 것인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속  (0) 2019.05.12
생각, 하나둘셋넷.  (0) 2018.10.06
요즘  (0) 2017.09.05
네이버 메인의 효과에 관하여  (0) 2017.07.18
연락처  (0) 2017.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