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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넷플릭스 세상의 유행하는 것들은 안 따라갈 것처럼 하더니, 기어코 결국엔 하고 만다. 무제한 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최후의 보루였다. 공짜로 TV로 볼 수 있는 걸 굳이 돈을 주고 봐야 한다고? 아무리 인기라도 안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넷플릭스’ 하더라. 그 플랫폼의 시스템과 사용법을 모르는 내가 어쩐지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었다. 결국 1개월 무료체험에 굴복했고, 넷플릭스는 그 편리함으로 (당연하게도)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1개월이 끝나자마자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고, 돈이 아까워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몇 배로 영화며 드라마며 소비하고 있다. 취향에 맞춰 영상을 추천해주고, 각국의 영화를 무제한으로 보는 넷플릭스는 나의 문화적 소양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 더보기
약속 몇 주 전 점심을 먹으며 직원들에게 ‘산’에 같이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산이라고는 해도 동네 뒷산 같은 것). 평소 운동도 안 하고, 매번 뒹굴거리며 지내는 주말이 마음에 걸렸다. 또 봄인데 그 좋은 날씨를 그냥 버리는 것도 아까워서. 8명 정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2명이 괜찮다고 했다. 나 포함 셋이니 너무 무리가 많지도 않고 적당히 걸을 만하겠다 싶었다. 들떠서 어느 동네의 산이 좋을지, 산을 갔다 온 뒤엔 어떤 맛집을 갈지 등등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꽤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흘러 산도, 그날의 점심 메뉴도 이것저것 대략적으로 정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미나토 가나에의 책 ‘여자들의 등산일기’까지 사버렸다! 몇 주 후 나는 푸껫으로 떠났다. 정말 온전히 쉬고 싶어서 관광지랄 것도 별로 없는 여행지로 .. 더보기
생각, 하나둘셋넷. 1 코난의 만화가 아오야마 고쇼와 성우 타카야마 미나미가 결혼을 했던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이혼도 했다고 한다. 나만 빼고 남들은 다 알았던 이야기. 2 (사실 별 일 아닌) 힘든 일이 생기면 혼자서 저 밑바닥까지 떨어지려는 나. 그와 정반대인 남편. "어떻게 그렇게 적응을 잘해?" 하고 물어보니 "남들이 하는 건 나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나는 '남들은 왜 이렇게 잘하지? 그런데 나는 왜?' 하고 생각하는 타입. 이렇게 혼자서 깊게 파고드는 성격은 놀 때나 일할 때나 별로다. '나도 남들만큼 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3 우연히 '탑클래스'의 인터뷰를 보다가 인상적이었던 퍼블리 박소령 대표의 이야기. 주목하는 콘텐츠는 ‘주관’, 즉 ‘개인의 경험’이다. “객관과 정보는 돈이 안 된다.. 더보기
요즘 1. 청춘시대 최근 JTBC에서 라는 드라마가 방영중.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1화를 보게 됐고, 은근히 재밌어서 12화를 몽땅 다운받았다(그 이전엔 를 봤지). 벨 에포크라는 하숙집에서 5명의 하우스메이트들의 일상을 다룬 건데, 각각 개성도 다르고, 매력도 다른 여자 다섯을 보는 재미가 좋다. 퇴근 하면 뭐하지? 에서 잠시 벗어날 거리가 생겼다. 지금 이 글을 쓰다 알았는데, 극본을 쓴 박연선 작가가 , 도 만들었네, 세상에. 이 드라마가 더 좋아지려고 해! 2. 브런치 다음카카오에는 '브런치'라는 글쓰는 공간이 있다. 글을 쓰고 싶다고 무작정 쓰는 게 아니라 가입할 때 자신이 쓴 글을 링크를 걸어 첨부하면 확인 후에 '작가'처럼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가입은 1년 전에 했다. 가입부터 문턱이 높고,.. 더보기
네이버 메인의 효과에 관하여 네이버 메인의 효과에 관하여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집는다. 그러고 티스토리, 네이버포스트, 네이버블로그(뜬 지가 언젠데 왜 때문에?), 애드센스, 네이버메인, 다음메인을 순차적으로 돌아본다. 잠을 자고 있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궁금하고, 새로운 정보를 실눈을 뜨고 바라다보면 어느새 잠에서 완전히 깨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는 나의 모닝 루틴. (사진) 네이버메인에 등극. 책 리뷰인데, 책문화판이 아니라 여행판에 뜸. 한때 네이버에서 '오픈캐스트'라는 기능을 운영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책/문화와 관련해서 기존에 썼던 포스팅을 묶어서 발행하면 메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꼴로 노출이 됐다. 애드센스 수입도 조금씩 들어왔고, 기껏 쓴 포스팅을 남과 공유할 수 있는 영광도 있었다. 그.. 더보기
연락처 내가 좋아하는 아우터 하나가 있다. 봄, 가을 정도에만 입을 만한 옷인데, 때가 짧으니 몇 번 입지도 못한 채로 늘 계절이 바뀌곤 했다. 얼른 그 옷이 입고 싶어서 봄을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옷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몸을 아래로 굽히면 주머니에 들어 있던 물건이 전부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옷은 이쁘니까 괜찮았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옷을 입고 나갔다가 결국 휴대폰을 고장내고 말았다. 그 전날에도, 아침에도 신발을 신을 때면 두두둑 물건을 떨어뜨려서 조심해야지, 생각했었는데. 물에 빠진 휴대폰은 끝내 켜지질 않았다. 하와이 신혼여행 사진이고, 아끼던 일상 사진들이고 전부 잃어버렸다. 아꼈던 사진을 날려버렸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했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가 쓰던 어플도, 지.. 더보기
의미있는 백수되기 벌써 4월하고 2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정말 잘도 간다. 자발적 백수가 된 이후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결혼식을 같이 준비하다 보니까 이래저래 사람을 만날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내게 의미 있었던 '퇴사'라는 일은 빠르게 흘러가는 듯했고, 어느새 몸도, 마음도 달라진 생활패턴에 적응하고 있었다. 확실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카페를, 쇼핑을, 책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이전의 생활보다 편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내 시련으로, 생각지 못했던 이들이 나를 아끼고 있었음을 느끼는 일도 더러 있어서 마음이 충만해지는 나날이었다. 좋아, 좋아. 그런데, 언제까지고 이 편안한 생활만 누릴 수는 없는 일. 마음이 힘들었다는 이유로 아무.. 더보기
마음의 정리가 끝나서 퇴사한 지 일주일하고 하루가 지났다. 정확하게 2016년 12월 12일에 첫 출근해서 2017년 3월 20일에 그만두었는데, 방금 날짜계산기로 계산해보니 99일이란다. 새로 들어간 회사를 100일도 못 채우고 나왔다니. 3개월이란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전에 다녔던 곳은 3년을 넘게 다녔는데, 고작 3개월이라니.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밤마다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3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는 내가 멘탈이 약한 것 아닐까?', '서른이 넘었고, 결혼도 앞뒀는데 일은 쉽게 구할까?', '정말 하고 싶던 일이었는데 더 참을까?' 하고.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나는 주변인들을 붙잡고 결론도 안 서는 하소연을 계속해댔다. 반복되는 불만 토로와 해갈될 길 없는 억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