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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마음의 정리가 끝나서


퇴사한 지 일주일하고 하루가 지났다. 


정확하게 2016년 12월 12일에 첫 출근해서 2017년 3월 20일에 그만두었는데, 방금 날짜계산기로 계산해보니 99일이란다. 새로 들어간 회사를 100일도 못 채우고 나왔다니. 3개월이란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전에 다녔던 곳은 3년을 넘게 다녔는데, 고작 3개월이라니.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밤마다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3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는 내가 멘탈이 약한 것 아닐까?', '서른이 넘었고, 결혼도 앞뒀는데 일은 쉽게 구할까?', '정말 하고 싶던 일이었는데 더 참을까?' 하고.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나는 주변인들을 붙잡고 결론도 안 서는 하소연을 계속해댔다. 반복되는 불만 토로와 해갈될 길 없는 억울함. 이러는 동안 나는 차츰 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절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9시부터 6시. 갑과 을로서 계약된 시간만 노동력을 문제없이 제공하면 되는데, 나는 퇴근을 하고서도, 주말을 보내면서도 계속해서 정신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나도 미치겠고, 남들도 미치겠는 그런 날들이었다. 


동경했던 일이었고, 그 일을 내가 하고 있었지만, 내가 이러려고 여길 들어왔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말이 없어졌고, 표정이 굳어졌고, 움츠러들었다. 자연스럽지 못했다. 나답지 못한 날들… 결국 나는 나보다 일이 중요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모든 일이 결국엔 잘살자고, 행복하자고 하는 일임을 잊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퇴사'를 다시 통보했다(이후로도 몇 차례의 일들이 일어났으나 마음의 정리가 끝났으니 덮기로 한다). 


지난번에 퇴사로 내가 놀지 못하는 사람임을 깨달았는데, 또다시 나는 노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내 시간을 저당잡혀 마음의 소리를 꾹 참고 다녔던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 더 빠른 결정을 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 이 블로그에는 가끔 종종 예전에 쓴 글로 인해서 '한달만에 퇴사' '백수' 같은 키워드 들로 유입이 될 때가 있다. 이런 검색어를 볼 때면 나는 얼마나 답답한 마음에 이런 검색을 할까 싶기도 하고, 한달만에 퇴사를 해도 될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가보다, 하고 생각한다. 혹시나 또 그런 분들이 있을까봐 하는 소린데, 한달만에 퇴사는 아니지만 3개월만에 퇴사한 지금 너무 좋고, 고민되면 꼭 퇴사하세요, 라고 알려주고 싶다. 죽기야 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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