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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어쩌다 보니, 강릉

여행으로 온 강릉은 아니었다. 볼일이 있어 들렀는데, 어쩌다 보니 여행이다. 숙소는 임뚱이 잡았다. 하룻밤 자는 거니 대충 잡아도 된다고 그랬었는데, 이왕이면 좋은 곳에서 묵는 게 추억에도 남을 거라며 여기로 골랐다. 벼랑 위에 위치해, 정동진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했을 땐 감도 안 잡히고, 그러려니 했는데 눈앞에 큰 배 모습의 숙소가 보이니 '오-' 하는 느낌이었다.

 

 

CNN에서 꼭 가봐야 할 숙소인가(?) 그런 걸로 뽑히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 정도는 아니다) 임뚱에게 들은 얘기론, 강릉에 있지만 강릉 사람은 가지 않는 곳이란다. 좋아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임뚱이 본인도 궁금하니 찍어달라 해서 더 찍었다. 내부는 딱 콘도형 숙소. 수학여행에서 한 번쯤 가봤던 것 같은 곳이었다. 1층 마트에 들러 과자랑 안주, 라면 등을 사서 들어갔다. 밤은 그렇게 끝나고 아침.

 

 

임뚱은 아침에 일출을 꼭 보라며 일러줬지만, 침대에 밍기적대고, 눈도 제대로 못 뜬 채로 아침을 보냈다. 부지런한 엄마 아빠만이 일출을 보러 나갔다. 오전 10시쯤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나 씻고, 2층 로비에 있는 베이커리에 들러 머핀하고, 마늘빵을 샀다. 그리고 바로 9층 전망대로 향했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바다는 임뚱이 말한 대로 맑은 에메랄드빛. 하늘엔 적당한 구름이 몽글몽글. 무뚝뚝해 카메라라면 손 젓는 가족들이 냅다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바다를, 하늘을, 가족을 찍고 다녔다. 

 

 

엄마가 찍어준 사진들. 카메라만 대면 쑥쓰러워져, 파파라치 컷 같은 게 자연스러워 좋다. 오른쪽에 있는 건 동생이랑 찍은 건데, 앞 대신 뒤나 찍어달라고 했다. 표정에 신경을 안 써도 되니 내 기준엔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과 숙소 입구의 풍경. 밤이랑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밤에는 조명에만 눈길이 가서 옆에 정원처럼 펼쳐져 있는지 몰랐는데, 새로운 발견.

 

 

전망대까지 구경을 마치고, 11시에 체크아웃 후 입구. 전날엔 밤이어서 제대로 촬영을 못했다고 엄마는 여기저기서 촬영까지 했다. 여행하러 온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행이 되어 가는 중.

 

 

늦잠자느라 볼 수 없었던 일출을 사진으로 봤다. 엄마가 찍은 사진. 직접 전망대에서 봤다면, 새로운 곳에서 뭔가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았으나 이는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게으른 내겐 사진으로 만족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