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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마카오, 성 바울 성당 유적

마카오, 성 바울 성당 유적

 

 

| 성 바울 성당 유적

 

'마카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이곳 아닐까? 이름은 몰라도, 사진은 익히 보았던 성 바울 성당 유적. 역시나 이곳도 사람들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누가 한국인인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 어쨌거나 꼭 보리라 생각했던 유적을 만나자 가까이 가기도 전에 계속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진은 찍어야겠고, 카메라는 어색하고, 어색한 손짓과 시선 회피중.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세나도 광장은 그저그랬으나, 이상하게 성 바울 성당 유적은 마음에 들었다. 주변이 탁 트여 있고, 식물도 많고, 유적도 커다랗고 그래서였나. 마음에 들다보니 유적에 점점 가까워질 때마다 사진을 계속 찍느라고 좀처럼 빠르게 오르진 못했다. 한 10컷 찍으면 한 걸음 이런 식이니.  

 

 

 

| 계단에서 바라본 모습

 

마카오의 사진을 볼 때마다 성당 유적의 모습만 봤지, 이곳을 이렇게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은 본 적이 없었다. 맨날 보던 사진만 보다가 여행지의 이런 민낯을 만나게 될 때 여행의 묘미가 느껴진다. 내가 보던 게 전부가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에.

 

 

이날 멀리 있는 건물의 상단이 안개에 싸여 흐릿흐릿한 거나 여기저기서 브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최신의 시설을 갖춘 호화로운 건물이 있는 반면, 저런 곳에 사람이 사나 싶을 정도로 낡아빠진 허름한 건물을 볼 때면 이 도시가 굉장히 신기했다. 그리고, 저 낡은 건물에서 사는 사람들은 맨날 보는 풍경인데, 매번 이렇게들 와서 북적대니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염려도 들고(오지랖), 이래서 돈을 벌어야지 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 어렵사리 도착한 유적 앞

 

사실 마카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껏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바로 눈앞에서 이걸 보면서도 '내가 왜 여깄지'라는 느낌이었다. 실감이 전혀 안 나고, 멍한 기분. 성당 유적은 생각했던 대로 웅장했으나 정말 이 벽 하나밖엔 남아 있질 않았다. 앞은 그럴 듯하게 남아 있는데 뒤는 정말 휑하고, 아무것도 없다. 화재로 인해서 다 타버렸다고 한다. 까맣게 그을린 흔적은 뒤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7세기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이렇게 벽밖에 남아 있질 않으니 인생무상.

 

  

 

 

 

| 성당 뒤편에 오면 보이는 풍경

 

이 성당 유적을 지나면 공원처럼 꾸며진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다 타버리고 고작 성벽만 남아 있을 뿐이란 걸 알아버리자 이곳에 대한 흥미가 단번에 사라졌다. 지금 최대 규모의 성당도 아니고, 기껏해야 17세기 최대 규모였을 뿐인데다 벽밖에 없는데 왜들 이렇게 법석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너무 더워서 미쳐버렸나).

 

 

성당을 다 돌아보고 내려와서 잠깐 쉬려고 어느 난간에 철퍽 앉아 있었다. 임뚱은 다음은 어딜가냐며 핸드폰을, 지도를 계속 뒤적뒤적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거 봐봐", "웃어봐"하면서 계속 사진 찍자고 덤벼들었다. 사진 찍기 싫어한댔으면서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그래도 대충 지나가면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돌아와보니 관광지 앞 전형적인 사진보다 이런 게 더 살아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긴 하더라. ^^

성 바울 성당 유적 다음은, 영화 <도둑들>의 포스터 촬영지라고 했던 펠리시다데 거리를 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