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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 마카오 반도에서 타고 온 보라색 COD행 버스

 

셔틀버스를 타고, COD에 도착해, 10분 정도 걸으면 베네시안 호텔이 있다.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단지라고 불리는 이곳에 온 목적은 2가지. 하나는 카지노, 또 하나는 베네시안 호텔에 있다는 곤돌라를 타기 위해서. 안개는 자욱하고, 호텔 주변의 볼거리는 딱히 없었지만, 마카오 반도와는 다른 분위기에 설레기 시작했다.

 

| 호텔에 들어서기 전부터 압도

 

횡단보도를 건너 베네시안 호텔 입구에 도착했는데, 공들여 만든 외관부터 규모가 커서 여행자를 압도한다. 다리 아래엔 물이 흐르고, 건물 기둥엔 세심하게 조각된 동상들도 보인다. 호텔에 들어가야 하는데, 외관에서부터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 엄청 화려했던 내부

 

사진에는 없지만, 홍콩의 인기 연예인이 왔었는지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경호원도 뱅 둘러싸고 있고, 우리는 그저 베네시안 호텔에서 유명하다는 그 곤돌라를 타러 왔을 뿐인데 뭔가 쩌리가 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딘가에선 열렬한 애정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그 인파를 지나 곤돌라를 타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카지노장이 있어서 그런지 경호원들이 여권을 확인한다. 한번이 아니라 지날 때마다 확인하니,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다. 확인을 받고 들어서니 미끈한 대리석에, 화려하게 장식된 내부와, 넓은 카지노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뭔가 진정 마카오에 왔구나라는 느낌이 스물스물.

 

 

| 베네시안 호텔 곤돌라

 

곤돌라를 타려고 근엄해보이는 경호원들에게 물으며 찾아왔다. 그중 어떤 경호원은 한국인이냐며 묻더니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기도 해서 놀랍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은 다른 것보다 이런 사소함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는 듯. 좀 많이 걸어 도착한 이곳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본뜬 듯 다리가 있고, 그 아래엔 물이 흐르며, 천장엔 하늘이 만들어져 있다. 인공적이기는 해도 잠시나마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다. 그런데 곤돌라 티켓을 사려고 블로그를 뒤졌으나 찾기가 꽤 어려웠다. 호텔 관계자에게 물어봤을 때도 '이 호텔에 그런 게 있어?' 혹은 '너 정말 그거 타려고?'라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되게 유명한 줄 알았는데, 곤돌라를 운전하는 사람도 안 보이고, 게다가 탑승객도 전혀 없고, 타더라도 모든 관광객의 시선이 쏠릴 것 같아서 아쉽긴 해도 마음을 접었다.

 

| 전부 멈춰 있는 곤돌라

 

다른 걸 몰라도 꼭 하고 싶었던 건데, 사진에서 보듯 전부 멈춰 있어서 포기할 수밖에. 이곳 곤돌라 주변엔 쇼핑가가 형성되어 있다. 화려한 만큼 고가이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가진 않고, 바깥에서 구경만. 이곳에 있는 동안 도쿄 오다이바에서 봤던 '비너스 포트'가 떠오르기도 했다(인공 하늘때문인지). 하지만 화려함만을 놓고 보면 감히 마카오에서 오다이바를 떠올렸던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이곳이 승. 마카오 반도에서는 엄청 습하고, 더워서 움직이면서도 힘들다 싶었는데, 여기선 확실히 에어컨도 빵빵해 쾌적하고, 여유롭게 움직이니 숨통이 트였다.   

 

| 마카오에서 카지노를

 

곤돌라를 뒤로하고 카지노장에 들어왔다. 마카오에서 곤돌라만큼이나 꼭 하고 싶었던 카지노. 룰은 임뚱이 딜러로 일하는 친구에게 조금 배운 정도로만 이해했는데, 어차피 도박은 운이라.

기계마다 베팅 금액이 다른데, 소심해서 적게 베팅을 할 수 있는 기계 위주로 했고, 한 자리에서 있다 보면 순식간에 돈을 잃어서 조금 땄다 싶으면 자리를 옮겨다니면서 게임을 했다. 이 방법이 먹혔는지 초반엔 오히려 돈을 땄는데, 나중엔 돈을 탈탈 털렸다. 그래도 적은 돈을 가지고 꽤 오랫동안 아슬아슬하게 잃어서 재밌었다. 우리는 이렇게 소심하게 게임하는데, 주위 중국인들을 보니까 배짱이 아주. 

 

 

| 밤이 되어버린 마카오

 

타이파에, 아니 베네시안 호텔에 들어와서 지루한 줄 모르고 몇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밖을 나오니 등에 전부 불이 켜져서 주변 야경이 끝내주게 예뻤다. 처음에 이곳에 들어올 때 벗어나질 못했던 것처럼 여기서도 사진을 찍고, 잠시 멈춰서 한동안 있었다. 뭘 했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카지노밖에 한 게 없는데 이상하게 재밌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