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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쓸모없는 짓의 행복》 : 크리스 길아보

《쓸모없는 짓의 행복》 : 크리스 길아보

 

 

크리스 길아보를 처음 알게 됐던 건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였다. 100달러라는 소규모 자본으로 스타트업에 도전해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 특히 정착된 사무실이 아닌 이제는 전 세계 어디나 돌아다니면서 E-노마드로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음을 강조한 부분이 신선했다. 그 책을 읽기 전 사실, 김난도의 <내:일>이라는 책을 읽고, 일에 대한 관점이 색다른 접근에 감탄했는데, 사실 크리스 길아보의 책이 앞서 있던 셈이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걸 촘촘히 엮어서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 그의 이번 신간은 <쓸모없는 짓의 행복>이다. 도보 여행자, 아마추어 사진가, 야구 마니아, 새 관찰자 등 겉으로는 쓸모없어 보이나 자신만의 퀘스트(수행하기 위해 다소 희생이 필요한 과제)를 부여해 일상의 모험을 떠나, 독립심과 자신감을 키운 56명의 이야기다. 자기계발 분야에 들어가 있어 이걸 사야 하나 망설였는데, 그를 믿고 구입해서 읽은 지금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도전하고,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는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이었고, 글의 전개가 추상적이거나 개인적인 감상이 아니라 여러 퀘스트를 수행한 인터뷰이들의 답변을 통해 얻은 것에서 이뤄져 충분히 납득이 가기 때문이었다.

 

 

책은 '누구나 모험을 시작할 수 있다', '쓸모없는 짓의 행복', '언젠가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라' 이렇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7의 주제별 이야기가 있다. 책에선 주로 자신만의 퀘스트(외국어 습득하기, 전 세계 여행하기, 고딕 심포니 연주회를 열기 등)를 설정하고,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들의 결심을 반대하거나 비웃거나 하지만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에 이들은 성실히 과제를 해나간다. 하지만 꼭 성공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자신의 퀘스트를 수정 혹은 보류할 수도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어떤 이는 자신의 퀘스트를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무전으로 영국에서 인도까지 걸어서 여행한다'로 잡았는데, 결국 한달 만에 포기를 하고 돌아온 사례도 보여준다) 또한 퀘스트를 모두 수행하고 난 후의 사람들의 반응까지 실어뒀으며, 퀘스트를 수행하기 전 금전적으로 가능한가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퀘스트별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도 소개한다.

 

 

이 책은 쓸모없는 짓에 빠져볼 것을 권하는 데에도 탁월하지만, 구성도 특히 마음에 든다. 한 이야기마다 위인의 명언,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얻은 교훈, 그리고 표나 적절한 인용이 있고, 중간마다 저자가 말하는 쓸모 있는 한마디도 있으며, 책에 실린 이들이 어떤 퀘스트를 내세웠는지 다시금 볼 수 있게 표로 정리하고, 그를 바탕으로 어떤 퀘스트를 세울 수 있는지 샘플도 공개한다. (퀘스트를 하고는 싶은데 어떤 걸 해야 하지, 나는 뭘 하고 싶은 거지 싶었던 내겐 좋은 예시였다) 책 구석구석 어느 것 하나 괜히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없는 구성이다.

'지금 이대로는 안돼', '뭔가 새로운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